네이버에 따르면 육아 웹툰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시로 1~8컷이 올라오는 방식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시장 규모 추산이 어렵다. 교보문고는 출간된 관련 책 판매가 많지 않은데다 정해진 카테고리가 없어 만화 혹은 에세이로 분류한다.
그럼에도 최근 대세인 콘텐츠를 분석하면 그 성장 가능성은 크다. 교보문고 주간(9월 26일~10월 2일) 베스트셀러 1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5위 ‘나는 살기로 했다’ 등은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내용이다. 육아 웹툰과 같은 속성을 지닌 콘텐츠인 셈이다.
◇공감
육아 웹툰의 인기 비결도 이와 같다. 이전의 육아서는 대부분 육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정보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육아 웹툰은 대부분 육아하며 느끼는 부모의 애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신∙출산∙육아의 어려움과 소회를 웹툰으로 올리고 “그래” “맞아” “눈물나” 등의 댓글로 공감을 나누는 데 활용된다. 이들은 육아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상대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의 불특정 다수이지만 일정한 범주에서 찾는 것이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육아를 이전에는 전문가로부터 배우는 게 중요했다면, 요즘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끼리 공감과 연대의 욕구가 강해졌다”며 “육아 경험의 공유나 공감이 이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혹은 자랑
그런데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육아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 유통되는 창구가 대부분 자기 현시욕의 장터인 SNS란 점에 학자들은 주목한다.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3포 시대’에 “내가 엄마다”라는 강한 자기 현시의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요즘은 육아 자체가 선별적 경험”이라며 “육아 웹툰을 올리고 포스팅 하는 것은 SNS에 자기만의 특별한 경험을 현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산층 이상의 삶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육아 이야기에 웹툰을 결합하는 것일까. 일단 아이를 만화로 표현하면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화’도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웹툰이 부여하는 모해(模楷ㆍ모범) 요소, 가와이(かわいいㆍ귀엽다) 코드의 강화가 이유”라며 “내 아이 얘기를 하면서 현실보다 귀엽고 깜찍하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성장은 지속될 듯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육아 웹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 직장생활을 묘사한 ‘미생’ 이후 이른바 생활 웹툰 콘텐츠가 종합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그 종류가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시댁살이와 결혼생활을 묘사한 웹툰 ‘며느라기’도 책으로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와 비슷하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콘텐츠의 한 장르가 육아 웹툰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그림의 완성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육아를 하는 이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라면 콘텐츠로서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SNS의 등장 이후 웹툰은 잘 그려진 만화라기보다는 이야기의 1차 시장이 됐고, ‘김 비서가 왜 그럴까’를 비롯해 유행하는 웹툰이 다른 콘텐츠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한다”며 “덕분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만 특정 범주의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육아 웹툰 같은 콘텐츠의 인기는 날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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