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ㆍ북부 주민들, 특히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행처럼 확산되는 노래가 있다. 밴드 ‘벗’의 ‘들어볼래’. 이 노래는 경기 파주ㆍ고양ㆍ김포를 운행하는 버스에서 홍보회사 광고 삽입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기자는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오는 중 “널 위해, 너만을 꿈꾸며…”라는 가사를 흥얼거리다가 동료에게 “당신도 혹시 일산 주민?”이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아직 ‘수도권 한정 국민가수’이기는 하지만 그 인기는 제법 끈끈하다. 유튜브로 이 노래를 들은 네티즌들은 “전체 곡을 다 들으니 후렴만 들었을 때보다 훨씬 좋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 노래를 부른 ‘벗’의 리더 이현규(35)씨를 11일 서울 마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진짜요? 얼떨떨하네요.” 기자를 본 이씨의 첫 말이었다. 그는 “가끔 유튜브 영상에 ‘버스에서 만날 들어 지겹다’는 댓글이 달리는 건 봤지만 인터뷰를 할 정도로 알려질 줄은 몰랐다. 신기하다”고 했다.
‘벗’은 2011년 결성된 6인조 어쿠스틱 밴드로 정규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3장의 싱글 앨범을 냈다. 실용음악과 출신인 이씨는 생계를 위해 개인 레슨을 하면서 원년 멤버로 보컬, 작사, 작곡을 맡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들어볼래’는 2015년 발표한 싱글의 타이틀 곡이다. 잊혀질 뻔했던 이 곡은 특별한 인연으로 발표 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올해 초 모바일 게임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거기서 광고주인 홍보회사 대표를 만났어요. 술자리에서 ‘들어볼래’를 불렀는데 ‘광고에 이 노래를 써도 되느냐’고 묻더라고요. 저야 감사했죠.”
이씨에 따르면 홍보 목적으로 노래를 무상 제공했기 때문에 금전적인 수입은 없다. 대신 ‘들어볼래’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늘었다. “영상을 올린 게 지난해 2월인데 1년 넘도록 조회수가 150회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올해 5월 광고 음악으로 쓰이면서 6개월 만에 800회를 넘었어요. 저희 같은 인디밴드 입장에서는 큰 관심이죠.”
인디밴드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은 ‘벗’이기에 무대에 설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버스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이 알려지고, 난생처음 인터뷰도 하게 된 것이 너무나 행복하단다. 이씨는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이 있죠. 지금의 관심이 꾸준하게만 이어지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벗’은 내년 3월, 8년간의 음악적 시도를 담은 10곡 내외의 정규 1집 앨범을 낼 계획이다.
글ㆍ사진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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