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이 유례 없는 신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호황으로 일손이 부족한 민간 부분에 신병 자원들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 육군은 모병(募兵) 관련 예산 추가 편성에 나서는 등 병력난 해소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미 육군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모병 목표치는 7만6,500명이었지만, 실제로는 6,500명 부족한 7만명에 그쳤다. 지난 4월 당초 8만명이었던 목표치를 낮췄고, 보너스 예산으로 2억달러를 추가 편성했으며, 지원자의 건강ㆍ비행(非行) 전력의 기준을 낮췄음에도 목표에 8.5%나 미달했다. 미 육군이 모병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건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2005년 이래 13년 만이다.
미 육군은 모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실업률 4%미만인 미국 경제의 호황을 꼽고 있다. 이미 모병 대상 자원(17~24세) 중 3분의 2가 건강문제나 마약복용 전력 등 때문에 병력자원으로 부적합한 상황에서 경기 호황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육군 증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군 예산 감축 기조에 따라 미군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0만명을 감축했다. 이대로라면 육군은 45만명(2017년)으로까지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제동을 걸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육군병력을 47만6,000명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대로라면 올해 육군병력은 48만3,500명까지 늘어나야 한다. 미 해군과 공군, 해병대 등 타군은 올해 모병 목표를 달성했지만 주력군인 육군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은 근심거리다.
군 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장학금 지원, 안정된 고용, 국가에 대한 헌신이라는 군 복무의 메리트가 경기 호황으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아이오와주의 육군 모병관인 마이클 T 페퍼 중사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군의 학비 지원과 같은 혜택은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매력이 되지 못한다”면서 “요즘은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까지 학비 지원 혜택을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허리케인으로 쑥대밭이 되는 등 자연재해로 여러 지역의 모병소를 폐쇄해야 했던 사정도 병력 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게 했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현재 9,600명인 모병관을 내년 여름까지 1만250명으로 증원하고, 20개 도시에 모병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경기호황으로 인한 육군의 모병난은 1990년대말에도 있었다. 1999년 정보기술(IT)기업 붐이 불면서 미 육군은 모병목표에 6,000명이나 미달했다. 당시 미 육군은 신병 보너스로 2만달러를 지급하고, 고졸 미만자도 입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문턱을 크게 낮추는 고육지책을 썼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모병전문연구자 베스 아크는 “최근 병력 자원도 줄어들었을 뿐더러 그나마 군 복무가 가능한 인원도 노동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면서 “신체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체력적으로 군 복무는 가능한 인력, 학력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군 복무 적성검사에 통과할 수 있는 인력도 군복무 기회를 얻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으로 강제 전역될 상황에 놓인 이민자 출신 병사 1,100여명의 앞날에도 관심이 가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특기자 모병프로그램(MAVNI)를 통해 입대했으나 입대 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군의 주장에 따라 강제전역 위기를 맞았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