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탈루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물컵 갑질’ 사건으로 특수폭행 등 혐의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ㆍ배임ㆍ사기)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는다. 통행세는 실질적으로 역할이 없는 기업이 거래 중간에 끼어들어 챙기는 일종의 수수료다.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 명의로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 등 3남매에게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대한항공 주식을 증여하면서 발생된 증여세 납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남매가 가지고 있던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싸게 매입하게 한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받는다. 정석기업은 해당 주식을 주당 약 24만 원에 매입하였는데 이는 기존 거래가에 30% 비싼 가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은 정석기업에 4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조 회장은 또한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서 ‘면허대여 약국’을 운영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고용한 약사 명의로 약국을 대신 운영하게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1,522억원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은 조 회장이 선친 소유의 프랑스 현지 부동산과 스위스 은행 계좌 잔액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약 610억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는 2014년 3월쯤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도 발표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재민)는 조 전 전무의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는 각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고, 폭행 혐의에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우선 광고회사 직원들에게 음료가 든 종이컵을 던진 혐의(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 2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광고 대행업체 회의 중 유리컵을 던진 행위는 유리컵을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던지지 않아 혐의(특수폭행)를 인정하기 어렵고, 업무방해 혐의 또한 조 전 전무가 자신이 속한 대한항공 광고 업무와 관련해서 회의를 중단시킨 것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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