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분쟁해결기구(DSB) 상소위원 총 7명을 찍은 단체사진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만 삭제,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상소위원 직에서 물러난 위원들을 그대로 두면서도 유독 김 본부장만 뺀 것이어서 WTO가 김 본부장을 상소위원의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WTO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DSB 상소위원 단체사진엔 총 위원 7명 중 김 본부장이 빠진 6명의 모습만 있다. 지난해 WTO가 공개한 상소위원 단체사진엔 김 본부장이 오른쪽에 서 있었는데, 지금은 김 본부장의 어깨와 머리만 살짝 보인다. 사진에 나온 상소위원 6명은 스리 바부 체키탄 세르반싱(모리셔스공화국), 홍자오(洪昭ㆍ중국), 피터 반 덴 보쉐(벨기에), 우잘 싱 바티아(인도), 토마스 그래험(미국), 리카르도 에르난데스(멕시코)다.
WTO가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상소위원에서 물러난 피터 반 덴 보쉐와 리카르도 에르난데스는 홈페이지 단체사진에 그대로 실으면서 지난해 8월 사퇴한 김 본부장만 삭제했다. 이에 대해 다른 상소위원들은 모두 임기를 마치고 자연스레 물러났지만 김 본부장만 중도 사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2016년 11월 DSB 상소위원에 선임됐지만 지난해 8월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되면서 중도 사퇴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김 본부장은 상소위원 임기 4년 중 1년도 채우지 못했다”며 “WTO에서 상소위원의 역할을 했다고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상소위원 사임 이후 90일간 공직을 못 맡도록 하는 WTO 규정을 무시하고 김 본부장이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위원직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WTO와 마찰을 빚은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WTO와 마찰이 사실이라면 향후 우리나라 출신이 WTO 상소위원을 맡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달 30일 상소위원인 세르반싱의 임기가 종료, DSB 상소위원 7명 중 3명만 자리에 남게 돼 사실상 WTO의 분쟁해결 기능은 마비된 상태다. 세르반싱은 상소위원 관례상 한 차례 연임이 가능했지만 WTO에 적대적인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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