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에 ‘가장 비싼 한국 작가’로 꼽히는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을 살 수 있게 된다. 15일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열매컴퍼니 설립 운영)에 따르면 30일부터 온라인으로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100만원 단위로 소유권을 분할해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4월 스위스에서는 2만5,000명이 200만스위스프랑(약 21억6,860만원)에 피카소의 ‘소총병의 흉상(Buste de mousquetaire)’을 공동 구매해 화제가 됐다.
이번 미술품 공동 구매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수천만 원의 작품을 여러 명이 투자해 투자금액에 따라 소유권을 나눈다. 첫 판매 작품은 김환기가 1963년 조카의 결혼을 축하해 그린 작품 ‘산월’이다. 판매 가격은 4,500만원. 100만원 단위로 100만~500만원까지 구매 가능하다. 500만원을 투자하면 작품에 대해 약 11%의 소유권이 생긴다.
공동 구매를 마치면 원본은 회사가 운영하는 서울 방배동의 전시장에 보관되고, 공동 소유자에 한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공동 구매자에게는 디지털 판화 형식의 작품확인서를 제공하고, 판매 시에는 이를 회수한다. 소유권을 팔고 싶을 때는 경매방식으로 언제든지 판매 가능하다. 적정 보유기간이 지나거나 회사가 제시한 수익률이 충족되면 회사는 작품을 판매해 판매대금과 수익을 최종 공동 소유권자와 분배한다. 소유권은 위조, 변경 우려가 없는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한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미술품에 관심이 높은 30~40대를 타깃으로 유명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미술품 투자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미술시장에서 1,000만원 이하의 작품 거래 비중은 전체의 74.8%, 개인 구매 비율은 72%로 조사됐다.
아트앤가이드는 이달 말 김환기의 ‘산월’로 시작해 12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작품을 판매하고, 내년부터는 매달 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주로 이우환, 천경자, 이중섭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3,000만~7,000만원 안팎 작품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기존에 아트펀드나 일부 부유층에 국한됐던 미술품 공동 구매 방식이 일반 대중으로 확산돼 미술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수익률만 좇는다면 투기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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