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부터 발급하기로 한 차세대 전자여권의 디자인 시안을 공개하면서 인터넷상에서 때아닌 색깔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여권 표지를 녹색에서 남색으로 바꾸면서 일부 네티즌들이 '왜 북한 여권과 똑같은 색깔로 바꾸느냐'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는 ‘중요한 건 색깔이 아니라 왜 바꾸는가’라며 쓸데없는 세금 낭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의 여권 표지도 남색 계열이다. 그러나 남색을 포함한 파란색 계열 여권 표지를 사용하는 국가는 북한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파나마 등 78개국에 달한다. 각국 여권 정보를 모아놓은 '패스포트 인덱스(www.passportindex.org)’에 올라온 여권 표지 색상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검은색 등 4가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이중 파란색을 쓰는 국가가 가장 많고, 붉은색 68개국, 초록색 43개국, 검은색 10개국이었다.
현재 한국 여권과 같은 녹색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와 가나, 코트디부아르, 모로코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록색 여권을 사용하는 나라는 이슬람 국가가 대다수'라며 표지를 변경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새 여권 디자인은 2007년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여권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서울대 디자인학부 김수정 교수의 작품을 기초로 한 것이다. 외교부는 "당시 김 교수의 작품과 안상수 디자이너의 작품이 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는데, 두 작품 모두 남색이었다"면서 "여권 발급기 교체 시점인 2020년에 맞추느라 디자인 교체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교체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2020년 한꺼번에 모든 여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이 만료돼 재발급되거나 신규 발급되는 여권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예산 낭비라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차세대 여권 디자인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한 후 온라인 설문조사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올해 12월말까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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