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이하 조씨)의 ‘물컵 갑질’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무리하게 봐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 갑질과 비리의 발화점이 된 조씨 사건이 맥없이 마무리되면서 일가에 대한 수사도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조씨는 3월 16일 대한항공 회의실에서 광고 회의를 주재하던 중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닥에 유리잔을(특수폭행), 광고회사 직원들에게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던졌다(단순폭행). 조씨는 광고 시사회까지 중단시켰다(광고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15일 조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유리컵을 사람 쪽으로 던진 것이 아니어서 특수폭행이 아니다 △단순폭행 혐의는 피해자인 광고회사 직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이 없다 △광고 업무를 총괄하는 조씨가 스스로 회의를 중단시켰으므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어서 업무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다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폭행과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특수폭행 무혐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유리컵이 위험한 물건이니까 잡기만 해도 무조건 특수폭행으로 의율하는 줄 알았다. (검찰이) 그렇게 안 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꼬집었다. 노 변호사는 “(유리컵을) 던지면서 절대 파편이 튀어도 다치지 않을 각도로 던질 수 있었는가. (조씨가) 그렇게 훌륭한 기술을 가졌을까. 또 하나는 변호사들이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45도 우측 뒤로 던졌는지 어떻게 얘기할 수 있었는지 정말 기교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혐의 적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성문 변호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위험한 물건을 들고 상대방이 공포를 느끼게 하면 특수협박으로 본다. 위해를 가하려는 모습만 보여줘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특수협박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쉽다”고 말했다.
조씨에 대한 무혐의 발표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들끓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재벌이 법 위에 있다’는 한탄부터 ‘조씨 일가 수사도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ㆍ배임ㆍ사기,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ㆍ폭행,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과 탈세 등도 무혐의가 되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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