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 과정에서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6일 프랑스의 극진한 예우를 이렇게 전했다. 국빈방문 성사부터, 화려했던 공식 환영식과 카퍼레이드, 예상보다 길어진 국빈만찬 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성은 프랑스 현지에서도 연일 화제였다.
파리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만찬 일정이 모두 끝난 시간은 15일(현지시간) 밤 11시 30분이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외국 정상들과 수많은 만찬을 했지만 이렇게 늦은 시각 일정이 끝난 것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애초 오후 8시 시작하기로 했던 만찬이 프랑스 측 사정으로 30분 늦게 시작되긴 했다. 원래 예정됐던 만찬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고, 오후 10시에는 끝날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예상했다고 한다. 이어 마무리 행사로 정상들의 간단한 커피 환담도 잡혀 있었다.
그러나 만찬이 시작되자마자 두 정상은 포용적 성장, 부의 대물림, 공정경쟁, 국가의 역할, 남북ㆍ한일ㆍ북중미 관계 등 많은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계속했다. 문 대통령 오른쪽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마크롱 대통령 왼편엔 김정숙 여사가 앉았지만, 두 정상은 1시간 30분 이상 서로와의 대화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프랑스식 코스 식사가 모두 끝나자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과 만찬에 참석한 고위인사 등을 헤드테이블로 불러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기 시작했고, 한국 측 참석자들까지 어우러지면서 스탠딩 환담과 사진촬영, 두 정상과의 셀카찍기가 이어졌다.
이렇게 하다 오후 11시를 넘기자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서성대던 한ㆍ프 양국 의전장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정상에게 동시에 다가가 만찬을 종료할 것을 건의했고 가까스로 만찬은 끝이 났다.
시간이 늦어졌기 때문에 원래 예정됐던 커피 타임을 생략할 만도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엘리제궁 관저로 문 대통령 내외를 이끌었다. 밤 늦은 시간 자신의 사적 공간을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 내외는 문대통령 내외를 정원, 응접실, 브리지트 여사 집무실, 서재 등으로 안내하며 벽에 걸린 피카소 그림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특히 ‘나폴레옹 방’이라 알려진 맨 끝방이 하이라이트였다고 한다. 이 방에는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나폴레옹 1세가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에게 서명한 항복 문서가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 이뿐 아니라 나폴레옹 3세가 이 방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자신이 주창한 지역개편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드골 대통령이 사임을 결정한 방이기도 하다. 브리지트 여사는 “나와 남편은 이 방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말해 모두 웃었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 내외는 오후 11시 30분이 돼서야 엘리제궁을 나섰고, 대통령 차량이 곧 올 것으로 생각하고 숙소로 먼저 향했던 수행단 차량 행렬은 길에서 상당시간 멈춰서 있어야 했다.
윤 수석은 “이날 프랑스 남부지방 홍수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개각을 앞두고 있어 편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5시간 동안 문대통령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외국 순방 기간 한국 관련 자료를 비행기 속에서도 챙겼다고 한다. 한국 대사관에 자료를 달라는 독촉도 이어졌다고 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년 만에 한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접수한 것도, 취임 후 프랑스를 첫 방문하는 외국 정상을 국빈으로 맞은 것도 이례적이라고 한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파리 개선문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과 엘리제궁까지의 카퍼레이드도 화려했다. 카퍼레이드를 위해 프랑스 경찰은 파리 중심가인 샹제리제 거리를 1시간 가까이 전면 통제해 차량은 물론 사람들의 횡단보도 통행도 멈출 정도였다. 프랑스 군 기마대 말 146마리가 동원됐고, 오토바이 행렬이 문 대통령 탑승 차량을 호위해 개선문에서 1㎞ 가량 떨어진 엘리제궁까지 이동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16일엔 프랑스 측이 준비한 국빈방문 프로그램 일환인 파리시청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다. 여기에는 프랑스 정ㆍ재계 및 파리시 주요 인사, 파리 시민, 재외동포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리셉션이 열리는 파리시 청사 내 ‘축제의 방’은 현 청사 건물을 재건한 1882년 조성됐고, 베르사이유궁전 연회실(거울의 방)보다 더 크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파리시 청사는 1789년 프랑스혁명, 1871년 파리코뮌 등의 풍파를 겪은 역사적 장소로,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후 정례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파리=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