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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 인정 '0'… 예멘인 339명에 인도적 체류 허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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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 인정 '0'… 예멘인 339명에 인도적 체류 허가만

입력
2018.10.17 12:58
수정
2018.10.17 22: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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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17일 오전 청사 1층 강당에서 예멘인 난민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균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17일 오전 청사 1층 강당에서 예멘인 난민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 신청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 339명에 대해 추가로 인도적 체류가 허가됐다. 이번 심사 결과 난민 지위 인정자는 1명도 없었지만, 전체 신청자의 75%에 이르는 예멘인에게 국내 체류 허가를 내 준 것은 강제추방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평가다.

법무부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은 올해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총 481명(신청 철회 3명) 중 앞서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23명을 제외한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심사 결과 난민 인정요건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현재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 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 예멘인 339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이처럼 대규모로 인도적 체류 허가가 이뤄진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같은 허가를 받은 23명을 포함해 예멘인 국내 인도적 체류자는 362명으로 늘어났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게는 1년의 체류기한이 부여되며, 제주도 출도 제한조치도 해제돼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더라도 향후 예멘 국가정황이 호전되거나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에는 체류허가가 취소되거나 더 이상 연장되지 않는다.

이번 출도제한 조치로 상당수 예멘인들은 제주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제주를 떠나 외국인 노동자 고용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공단 밀집지 등으로 체류지를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체류 허가조차 받지 못해 강제 소환 위기를 맞은 단순 불인정자도 34명이나 나와 향후 처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예멘 내전 상황과 상관없이 제3국에서 출생한 뒤 그곳에서 계속 살아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케이스로 한국과 예멘이 아닌 제3국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이들이 굳이 한국에 난민 신청한 의도가 한국에 취업하기 위한 경제적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인도적 체류허가를 거부했다. 전체 신청자중 마약 투약 혐의가 밝혀진 4명도 단순 불인정자로 분류했다.

다만 단순 불인정자들은 통지를 받은 후 90일 이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절차 종료 때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제주도 출도제한 조치는 유지되며, 취업은 가능하다.

그동안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지원해 왔던 난민인권네트워크, 제주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순 불인정 결정에 대해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난민 인정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물론 34명에 대해 단순 불인정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 잠정적인 강제송환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며 “법무부는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내린 불인정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심사 결정이 보류된 85명 중에는 난민 지위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예멘인도 소수 포함됐다. 심사 보류된 이들은 어선원으로 취업해 조업 중이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하지 못한 16명과 난민법상 난민 인정 가능성 있는 신청자 등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69명이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예멘인 난민 신청자 중 테러범이 있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로 판명됐다. 제주출입국청은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들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린 신청자에 대해 심층면접 등 강도 높은 심사를 벌인 결과 테러단체 가입 등 테러 관련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심사에서 총기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단순 불인정된 신청자는 없었다.

제주출입국청은 또 총기 사진과 함께 논란이 됐던 예멘인들의 마약류(카트ㆍKhat)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0세 이상 신청자 전체를 대상으로 마약검사를 실시했고, 그 중 4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단순 불인정자로 분류했다. 예멘에서는 카트 투약이 합법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로 지정하고 있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청장은 “테러 혐의와 마약 투약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심사를 실시했으며, 총기 사진과 관련해서는 예멘에서 총기 소지가 합법적인 점 등을 감안해 단순히 사진을 게재한 신청자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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