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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슈] 3만5천원이 가성비 식당? 미쉐린 가격의 비밀

입력
2018.10.18 18:00
수정
2018.10.18 20:20
0 0

※ [모슈]는 ‘모아보는 이슈’의 준말로, 한국일보가 화제가 된 뉴스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19년판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표회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셰프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19년판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표회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셰프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도 미쉐린가이드 서울편에 실릴 식당들이 18일 공개됐습니다. 2018년도에 비해 2곳 늘어난 총 26곳의 레스토랑이 선정됐는데요, 1스타에 새로 진입한 식당, 2스타에서 1스타로 강등된 식당, 3스타의 위용을 지킨 식당 등 이번 년도에도 셰프들 간에 명암이 교차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안내서인만큼 늘 수많은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쉐린 가이드의 이모저모를 알아봅니다.

 ◇ 2019 미쉐린 가이드 진입! 뉴스타 5곳 

18일 '2019년판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표회에서 3스타를 받은 라연의 김성일 셰프가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2019년판 미쉐린가이드 서울' 발표회에서 3스타를 받은 라연의 김성일 셰프가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미쉐린의 벽은 높았습니다. 청담동 ‘가온’(한식)과 신라호텔 ‘라연’(한식)이 3년 연속 3스타의 위엄을 굳게 지킨 가운데 새롭게 3스타에 진입한 식당은 없었습니다. 다만 지난해 1스타였던 ‘밍글스’(모던한식)와 ‘알라 프리마’(퓨전 이탈리안)가 2스타로 진입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2스타였던 ‘곳간’(한식)은 셰프가 바뀌면서 1스타로 떨어졌습니다.

이번에 미쉐린에 새롭게 진입한 식당은 총 5곳입니다. 30년 공력의 조희숙 셰프가 이끄는 ‘한식공간’(한식ㆍ종로구 원서동), ‘곳간’의 셰프였던 이종국 셰프의 ‘이종국 104’(한식ㆍ성북구 성북동)를 비롯해 젊은 셰프들이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모수’(이노베이티브ㆍ용산구 한남동), 무오키’(이노베이티브ㆍ강남구 청담동), ‘스테이’(프랑스식ㆍ송파구 신천동)가 별 하나씩을 받았습니다. 2017, 2018년 연속으로 별 하나를 받았던 ‘리스토란테 에오’, ‘보트로 메종’, ‘큰기와집’은 이번에 차트 밖으로 나갔습니다.

 ◇ “양심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 미쉐린 논란의 역사 

어윤권 셰프가 운영하는 리스토란테 에오의 음식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어윤권 셰프가 운영하는 리스토란테 에오의 음식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며칠 전 한 셰프의 SNS 게시글에 요식업계가 술렁였습니다. 미쉐린가이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었는데요, 2017~18년 미쉐린가이드에서 1스타를 받은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였습니다.

그는 SNS에 자신의 식당이 “2019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제외됐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고 올렸습니다. 그는 “미쉐린은 아무도 모르는 철저한 보안 속에 선정 및 발표를 한다고 들었지만 나는 한달 전부터 올해 스타 미쉐린이 한 개 더 늘어난다고 들었다”면서 미쉐린이 “원칙대로 양심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쉐린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는 길고 깁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느냐 마느냐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천재 요리사로 불린 베르나르 루아조는 2003년 미쉐린 평가를 앞두고 별 3개에서 2개로 강등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공신력에 관한 의문도 계속됩니다. 14일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가 20억원을 지원해 제작한 2018년 미쉐린가이드 서울판 책자에 단순 오탈자를 포함, 오류가 130개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정원에서 식사가 가능하다’고 표기된 유명 식당은 정원에서 식사가 불가능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오류들은 평가단이 식당을 방문조차 안 했다는 의혹이 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3만5,000원이 가성비 식당? 빕구르망의 가격 

미쉐린 빕구르망을 표시하는 로고의 변천사. 빕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을 말한다. 미쉐린가이드 홈페이지
미쉐린 빕구르망을 표시하는 로고의 변천사. 빕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을 말한다. 미쉐린가이드 홈페이지

2019 미쉐린가이드 서울이 발간되기 일주일 전인 11일 ‘미쉐린 빕구르망’이 발표됐습니다. 빕구르망이란 1인당 식비가 평균 3만5,000원 이하로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을 말합니다. 별 세 개짜리 식당만 보다가 눈에 익은 식당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3만5,000원이란 가격에는 아무래도 의문이 갑니다. 미쉐린이 주장하는 ‘합리적인, 모든 사람을 위한, 보통의’ 가격이라고 하기엔 3만5,000원은 한끼 식비로 적은 돈이 아니니까요.

미쉐린가이드가 내세우는 빕구르망의 가격 기준은 ‘생활비(cost of living)’입니다. 미쉐린은 홈페이지에서 “빕구르망의 가격선은 나라마다 다르며 이는 생활비에 기준한다”고 써놓았습니다.

그럼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의 빕구르망 기준 가격은 얼마일까요. 가장 비싼 곳은 일본입니다. 5,000엔으로 한국돈 5만원을 살짝 넘습니다. 유럽과 미국도 각각 36유로(약 4만7,000원), 40달러(약 4만5,000원)로 한국보다 비싸긴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200위안(약 3만2,000원)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한국과 가장 근접한 곳은 태국과 싱가포르입니다. 방콕은 1,000바트(약 3만4,500원)에, 싱가포르는 45싱가포르달러(약 3만7,000원)를 합리적인 한끼 식사의 기준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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