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학생에 대한 폭행 의혹이 제기된 서울 인강ㆍ교남학교가 불과 1개월여 전에 대대적으로 실시된 교육부의 ‘특수학교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 보니 당시 조사문항이 성폭력 피해에만 집중돼 신체ㆍ언어폭력 등 다른 피해사실을 발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특수학교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 조사지’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6월 태백 미래학교에서 발생한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8월 말부터 한 달간 진행된 것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장애학생용 질문지를 보면 성폭력 외 인권침해 피해를 묻는 문항은 단 1개뿐이다. 문항 비중도 차이가 컸다. 성폭력 관련 문항의 경우 육하원칙에 따라 세부 점검항목을 둔 반면 나머지 피해에는 ‘기타 인권침해 사례가 있는지 물어본다’라는 질문 하나만 주어졌다. 교육부는 장애학생 전문가 1,017명을 투입해 2만3,239명의 학생을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력 부족으로 1명당 평균 25.3명, 많게는 72명까지 면담을 했던 상황에서 다른 인권침해 사안을 충분히 조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역시 마찬가지다. 질문지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체크하도록 했지만 역시 기타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서는 ‘있으면 기재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 대상 조사는 제보자 보호 등을 이유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당시 설문에 참여했던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사는 “업무가 많다 보니 조사 마감에 임박해서 급하게 참여한 선생님들도 꽤 있었다”고 회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조사에서는 총 27건의 인권침해 의심사례가 발견됐지만 이중 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폭력과 관련된 피해였다. ‘인권침해 전수조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교육부가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무요원에 의한 인권침해까지 포함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 대책 없이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식 재조사만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찬대 의원은 “특수학교 인권침해 실태조사가 분노하는 여론에 못 이겨 형식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설문 문항을 더욱 체계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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