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신조어인데,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을 이르는 말로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 사전에도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다.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4년에 펴낸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그는 수필집에서 ‘小確幸(しょうかっこう)’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솔솔 풍기는 하얀 러닝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는 것’ ‘추운 계절에 고양이가 내 이불 속을 세 번 들락날락하다가 네 번째 들어와 조용히 잠드는 것을 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뭔가 대단한 목표를 성취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인데, 이처럼 소확행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소확행에 해당하는 말을 찾는다면 ‘정복(淨福)’을 들 수 있다. ‘이양하 수필선’에 나오는 “많지 않은 여년(餘年)을 한 뜰에 나무를 모아 놓고 벗 삼아 지낼 수 있다면 거기서 더 큰 정복이 없을 것 같다”라는 용례에서처럼 정복은 ‘맑고도 조촐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그럼 소확행에 대비되는 말로서 ‘큰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은 무엇일까?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재앙의 자리와 홍복의 자리도 번갈아서 오고 가는 것, 그것이 법일진대 그 법을 짜 놓은 존재는 대체 무엇일꼬”라는 용례에서처럼 ‘홍복(洪福)’이 ‘큰 행복’의 의미로 쓰인다. 이외에도 ‘매우 큰 행복’을 뜻하는 ‘천행만복(千幸萬福)’도 소확행에 상대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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