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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28년차 배우 이정은의 ‘이유 있는’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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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28년차 배우 이정은의 ‘이유 있는’ 전성기

입력
2018.10.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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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이 데뷔 27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은이 데뷔 27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윌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정은에게 지금은 ‘데뷔 27년 만에 맞이한 전성기’가 아닐 수 없다. 데뷔 이후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 서 왔던 그녀지만,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사랑 받았던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분명 좋은 시기이긴 한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알려진다는 의미의 전성기 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작업이 정말 재미있다’ 싶은 시기거든요. 무대에서 연극을 할 때도 전성기가 있었고, 마음가짐은 그 때와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장르를 바꿔서 연기를 하면서 겪은 피크 타임은 지금인 것 같아요.”

이정은은 최근 tvN ‘미스터 션샤인’ 속 유쾌했던 함안댁과 ‘아는 와이프’ 속 치매에 걸린 시간여행자 어머니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에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전했다.

빠듯했던 일정 탓에 ‘미스터 션샤인’ 후반 ‘아는 와이프’ 촬영을 같이 병행해야 했던 그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은은 두 작품 속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분하는 데 성공했다.

“촬영 일정이 약간 물리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 때마다 ‘미스터 션샤인’과 ‘아는 와이프’를 500원 동전 하나 들고 왔다 갔다 했었죠.(웃음)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만큼 분장을 하고 촬영을 했었는데, 그 분장의 도움이 시대를 꿰뚫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스태프 분들의 정성이 제가 두 작품에서 잘 녹아날 수 있었던 비결이었죠.”

유쾌한 대답으로 두 작품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을 전한 이정은에게도 힘든 순간은 있었다. 특히 두 작품 속에서 그녀가 그려내야 했던 감정이 꽤 복잡했던 만큼, 이정은이 이겨내야 했던 부담감은 컸다.

“사실 (두 캐릭터 사이에서) 기분을 전환시키는 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두 작품 모두 뒷 부분의 감정이 복잡해서 그 느낌을 잘 잡고 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모니터도 많이 했고, 편집실에 계신 분들께도 많이 여쭤보면서 연기를 했었어요. 틈틈이 체크하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았죠.”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이정은은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아는 와이프’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며 다소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저는 생각보다 이렇게 반응이 잘 나올 줄 몰랐어요. 한 회마다 분량이 많지 않은데 반응이 나오면서 저 역시 ‘언제 내 정체가 공개될까’ 하는 마음으로 흥미진진하게 촬영을 했었죠. 극 후반 ‘시간 여행자’라는 제 정체가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고요. 다만 조금 아쉬운 건 그 당시 제가 ‘미스터 션샤인’을 정리 중이었기 때문에 한 작품에 계속 관심을 갖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해야 했던 점이었죠.”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김태리와, ‘아는 와이프’에서는 한지민과 女女 케미를 선보였던 이정은은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한 극찬도 잊지 않았다.

“김태리 씨는 정말 아기 같지 울지 않나요.(웃음) 저도 그 탓에 촬영 중 계속 눈물이 나서 몇 번이나 다시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미스터 션샤인’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주인공이 참 어려운 자리였어요. 우리는 매 회 나와서 잠깐씩 재미있는 코드나 진중함을 더하고 빠질 수 있는데, 주인공들은 노멀하면서도 천천히 오르는 감정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그게 참 어려운데, 그런 연기에 감탄을 많이 했었죠. 한지민 씨는 정말 친화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평소 ‘미인은 새침하고 얌체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너무 적극적이더라고요. 본인이 저에게 마음을 먼저 확 열었던 덕분에 불편하지 않게 연기를 했던 게 케미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이어 이정은은 “여자 배우들과의 케미가 유독 좋다”는 기자의 질문에 “남녀 케미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며 장난기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같은 동료, 동성인 배우와 적이 되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남북도 통일 되는 화합의 시대에 여성 배우들 간의 케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지민 씨나 태리 씨가 가지고 있는 대담함과 적극적인 면들이 저에게 그런 케미를 만들어준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대신 젊어지려고 많이 노력하는 중이에요.(웃음) 제가 실제로 철이 없는데, 그래서 같이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것들이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최근 출연작 두 편을 비롯해 ‘오 나의 귀신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역도요정 김복주’ ‘쌈, 마이웨이’ 등 다양한 작품에 쉴 틈 없이 출연해오고 있는 이정은은 가장 중요한 작품 선택 기준으로 대본을 꼽았다.

“대본이 제일 중요해요. 제가 사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작품을 만든느 사람에게서 열의가 느껴지면 최대한 출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작은 팀이든, 메이저든, 마이너든 상관없이 출연하고자 하죠. 여력이 되면 더 많은 콘텐츠에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른 언어로도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제 나이가 아직 50세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점점 할 수 있는 작품이 적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가 재미를 느끼는 이야기가 온다면 기회가 닿는 한 많이 출연하고 싶어요. 한계는 있겠지만요.”

다작에도 불구하고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이정은.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그녀가 꼽는 ‘인생 캐릭터’가 궁금해졌다.

“지금이 있는 건 그 동안 제가 여러 가지의 인물을 만나온 덕분인 것 같아요. 제가 거쳐왔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세포 분열처럼 재조합 되면서 새로운 캐릭터로 뭉쳐지는 느낌이랄까요.(웃음) 비단 한 작품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과 감독님의 아이디어가 많은 것들을 이뤄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결국은 다 인생 캐릭터가 아닐까요. 다만 고마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오 나의 귀신님’에서의 서빙고를 꼽고 싶어요. 그 캐릭터로 인해서 사람들이 저를 찾기 시작했으니, 그 캐릭터에게 가장 고맙죠.”

이제 갓 작품을 마친 이정은은 영화 ‘여보세요’를 통해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신스틸러로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던 전작들과 달리 ‘여보세요’에서 이정은은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50대의 근로자로 분해 극의 전반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아는 와이프’에 이어 또 한 번 치매 환자에 대한 시선을 담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정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이정은의 바람은 비단 이번 작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이정은의 연기 목표와도 맞닿아 있는 그녀의 ‘지향점’이었다.

“저는 정치가나 사회 지도층도 아니지만 큰 의미 안에서 연기를 통해 인류를 위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매 작품마다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제가 가진 에너지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발휘돼서 현실 문제를 조금 더 경쾌하게 그려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어쩌면 그게 배우가 갖는 초능력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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