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을 무참하게 살해한 서울 강서구 PC방 사건 피의자 김성수(29)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잔혹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는 국민 여론이 뜨겁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에서 심신미약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테이블 청소를 요구하며 말다툼을 벌이던 김성수가 흉기로 아르바이트생(21)을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성수는 경찰 조사 중 “10년 전부터 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사법당국은 김성수를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보내 최장 1개월간 정신감정을 받게 할 방침이다.
국민들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글에는 청원 닷새 만인 22일까지 8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지금보다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되는가’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김성수의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22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을 통해 “심신미약이 적용되기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심신미약은 고의성, 범죄의 주요한 동기와 결과를 용의자가 인지하고 있으면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다툼 끝에 집에 가서 흉기를 가져올 만큼 고의성이 있었고, 흉기를 한두 번 휘두른 것에 그치지 않고 목과 얼굴 등을 30회 이상 찌르면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김성수가 허위로 정신질환자 행세를 한다고 해도 정신감정에서 진위가 밝혀질 것으로 배 교수는 판단했다. 그는 “의사, 심리 전문가로 위원회를 만들어서 최장 1개월간 면밀하게 조사한다. 단순히 말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뇌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신미약 적용과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가 큰 이유는 뭘까.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장기 파손 등 상해를 입힌 조두순 사건을 비롯해 잔혹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사법부나 수사기관에서 (심신미약을) 오용 또는 남용했거나 제대로 적용을 못한 것, 판사들이 적절하지 못하게 감형했던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신미약 감형 규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명시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배 교수는 김성수의 심신미약에 대한 엄정한 판단과 함께 사건 발생 전 출동했던 경찰이 범행을 예방하지 못한 부분과 김성수 동생의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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