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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복지부 “성은 출생 시 생식기로 결정”… 트랜스젠더 인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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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복지부 “성은 출생 시 생식기로 결정”… 트랜스젠더 인권 침해 논란

입력
2018.10.22 17:59
수정
2018.10.22 21:3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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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를 유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민권법에 규정된 성(性ㆍgender)의 정의를 생물학적 성별 구분으로만 한정해 해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4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반(反) 인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입수해 공개한 미 보건복지부의 내부 메모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성 차별 금지법인 ‘타이틀 나인(IX)’에서 규정되는 성의 정의는 생물학적 성으로 변경된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성은 출생 시 생식기에 의해 결정되고, 변경할 수 없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만 정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별 논쟁이 발생했을 때에도 유전자 검사로 판별하라는 규정도 담겼다.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새로운 성 정의를 담은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을 준비한 복지부의 로저 세브리노 국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성 소수자 보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라고 NYT는 소개했다. 이 변경안을 법무부가 승인하면 내년부터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보호할 법적 근거는 영영 사라지게 된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시도를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정과 보호 조치에 역행하는 극단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문구 변경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 소수자를 미국 사회에서 배척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지지층인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 등 보수표심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이행되면 트랜스젠더들은 당장 성 전환 수술 등에서 의료 보험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현장에서의 차별도 감내해야 한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맞게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는 행위 역시 제한될 수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오바마 행정부가 확대시켜온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용과 평등의 권리를 모두 뒤집어 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국가센터의 마라 케이슬링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그들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교육부 민권 담당실을 이끌었던 캐서린 라몬은 가디언에 “인간성을 무효화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옹호하겠다는 의미로 ‘지워지지 않을 것(#WontBeErased)’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도 넘쳐나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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