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공격적 마케팅에 지역 소주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역 소주의 점유율이 특히 높았던 영ㆍ호남과 제주 지역에서 수도권 소주의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터줏대감’들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전국 소주 시장에서 50%대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고 롯데주류(약 18%)가 2위에 올라 있다. 전국 단위 점유율 면에선 큰 변화가 없지만 특히 참이슬은 영ㆍ호남과 제주 지역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그간 수도권 업체가 끼어들 틈을 좀처럼 주지 않던 영남권에서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지역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1, 2위 경쟁을 펼치던 무학(좋은데이)과 대선주조(대선소주)는 이제 수도권 업체까지 견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무학의 매출액은 2015년 2,957억원에서 지난해 2,505억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2015년 657억원에서 지난해 287억원으로 급감했다.
지역 소주에 밀려 부산ㆍ경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하이트진로는 좋은데이와 알코올 도수가 같은 참이슬 16.9를 출시, 20~30대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며 점유율을 두자릿수로 높이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전역에선 이미 20%를 넘어섰을 거란 관측도 있다.
광주ㆍ전남 지역의 맹주 보해양조(잎새주)는 상황이 더 나쁘다.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보다 25% 이상 줄어든 377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아예 적자(-89억원)로 돌아섰다. 2000년대 70% 이상이던 점유율도 최근 참이슬에 밀려 4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 한라산(한라산소주)도 90%에 육박하던 지역 시장 점유율이 최근 60%선까지 하락했다. 그나마 한라산소주가 제주 외 지역에서 판매가 늘며 회사 매출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하이트진로와 제주소주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의 물량 공세에 밀려 지역 내 점유율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역 소주의 실적 악화는 젊은 층의 수도권 소주 선호 현상과 수도권 업체의 공격적 마케팅, 지역 소주의 수도권 공략 실패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남권을 겨냥한 참이슬 16.9와 제주 지역 한정판 ‘참이슬 제주’ 등을 출시하고 부산TFT, 광주TFT 등을 꾸려 기존 영업 조직과는 별개로 지역 마케팅을 강화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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