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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는 증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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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는 증가할까?

입력
2018.10.26 18:04
수정
2018.10.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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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체 생산현장을 돌아보면 사람이 해왔던 일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반도체나 발광다이오드(LED) 공장들은 일찌감치 무인화됐고, 자동차 공장도 용접, 도장 등 주요 공정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제조업 공장의 불량 원인을 분석해 생산성을 높이고, 빅데이터로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AI의 발달로 머지 않은 미래에는 이런 산업현장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간이 배제된 일자리’, ‘1차 산업혁명 시기 기술공포로 인한 기계 파괴(러다이트ㆍLuddite) 운동의 재현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일자리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WEF가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창출되는 새 일자리가 210만개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총 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9%가 ‘4차 산업혁명으로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낙관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해도 교육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이 인력들을 고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주장한다.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는 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그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게 돼 일자리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아무런 준비 없이 4차 산업혁명을 맞게 되면 일자리 절벽은 막을 수 없다는 점에 큰 이견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新) 직업 사례>

직 업 명 내 용
디지털 장의사 고인이 인터넷에 남긴 기록들을 삭제하거나 악성 댓글, 루머,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삭제해주는 일을 담당
사물인터넷기기보안인증심사원 사물인터넷기기의 보안상 취약점을 개선하고 보안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준에 따라 기기를 평가해 인증 여부를 심사
유전학 상담전문가 환자와 가족들이 의학ㆍ유전ㆍ심리ㆍ사회적 측면에서 유전질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방법을 찾도록 지원
뇌-컴퓨터인터페이스개발자 인간이 동작을 의도하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할 경우 변화하는 뇌 신호를 탐지해 컴퓨터에 명령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을 연구
데이터 브로커 소비자의 행동 패턴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 판매하거나 데이터 소유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거래를 돕는 일을 담당
로봇 윤리학자 로봇의 기능과 판매 및 사용 목적이 인간의 윤리적 기준에 반하는지 등 로봇의 설계ㆍ제조ㆍ판매ㆍ사용에서 윤리적 기준을 연구하고 적용
핀테크 전문가 클라우드 펀딩, P2P, 금융결제, 자산관리 등 금융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IT 플랫폼 구축

*자료=한국고용정보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해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산업 커넥터 제조업체인 ‘하르팅(Harting)’이 대표 사례다. 하르팅은 맞춤형 대량 생산 추세를 예상해 2012년부터 스마트공장을 추진했다. 생산과정을 모듈화하고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도입, 스마트 공장에서 이뤄지는 생산 프로세스를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고객들은 원하는 부품을 선택하고 완성된 제품에 자신이 원하는 이름까지 부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하르팅의 생산성은 스마트공장 도입 전에 비해 30% 가량 향상됐다. 매출은 2010년 4억1,300만 유로에서 2016년 5억8,600만 유로로, 고용도 같은 기간 2,990명에서 4,286명으로 각각 40%씩 상승했다.

자동화로 고용이 줄어들 수 있었지만 노동자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적극 수용했다. 가족적 기업문화로 안정적 고용에 대한 오랜 전통을 갖고 있었고, 노동자들이 회사와 경영진을 신뢰한 덕분이다. 경영진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직원들과 공감대를 이뤘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광범위한 교육ㆍ훈련도 성공적 도입에 한몫 했다. 상당수의 기존 노동자들은 직업 재교육을 통해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새로운 라인에 재배치됐다. 지금은 하르팅 직원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에 진출할 미래 인력도 이곳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국내 벤처기업들의 일자리 확대 현황도 참고할 만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1년간 3,191명을 신규 고용했다.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은 21.8%로 일반 중소기업(4.5%)의 5배에 달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특히 창업 3년 이내 기업이나 청년창업 기업이 투자를 받은 경우 고용창출 효과가 월등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시야를 확대해 국가 차원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개 기업이나 부처 차원의 시도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 전략 ‘인더스트리(Industrie) 4.0’에 ‘노동(Arbeit) 4.0’을 포함시키면서 미래 일자리 정책 마련에 나섰다. 노동 4.0의 목표는 노동자의 참여를 증진시켜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경제의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업무를 담당할 노동 인구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변화하는 환경에 노동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보장성 강화와 유연성 강화를 통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표준을 추구하는 것이 노동 4.0의 기본 방향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일자리ㆍ실무 중심 기술훈련 현황 보고서(2013년)를 토대로 정보기술(IT) 관련 일자리를 전략적으로 늘리기 위한 테크하이어(Techhire) 프로젝트를 2015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학교, 민간기업, 정부 등 여러 부문이 협력해 IT 분야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 훈련 등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기술인력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훈련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웨덴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벤처기업과 혁신 중소기업의 창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혁신시스템청, 경제지역성장청, 지식재단, 스웨덴투자청, 에너지청, 산업펀드가 혁신ㆍ연구개발과 발전, 외국인 투자 유치, 지속가능한 시스템 마련 등을 뒷받침했다. 창업지원과 관련해서는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해 예비 기업가들이 어렵지 않게 창업할 환경을 조성했다.

앞서 비관론에서 밝혔듯 이미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융합기술 산업분야와 가치 있는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인프라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ㆍ단체들의 협력 없이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은 민관 협력기구를 통해 정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도 발 빠르게 대책을 세워 미래 사회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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