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단적 정치 갈등이 불러온 ‘파이프 폭탄 소포’ 사태로 미국이 또 다시 갈라지고 있다. 배후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보수와 민주 진영은 서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며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12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변함 없이 주류 언론 탓을 하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25일(현지시간) 그는 트위터에 ”미국 사회에서 목격하는 분노는 내가 ‘가짜뉴스’라고 일컬어 온 주류 언론의 의도적인 거짓과 부정확한 보도에서 초래됐다”며 주류 언론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주류 언론은 자신의 행동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어서 빨리”라고 덧붙였다.
전날 “정치 폭력”, “비겁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이번 사건을 비판했던 것과는 초점이 달라진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와 분열적 정책이 이번 사태를 야기한 것이란 책임론이 민주 진영에서 잇따르자 공격 모드로 태세 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라는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
민주 진영은 즉각 반박했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 탓 말고, 거울을 보라. 분노를 유발하는 레토릭, 모욕, 거짓, 폭력을 조장하는 모든 일이 부끄럽다. 당신부터 대통령처럼 행동하라”고 쏘아 붙였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의 적대적인 언행이 불쏘시개가 됐다며 ‘트럼프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공동 성명을 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인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을 분열시켰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통합과 분열 구도로 부각 시켜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깊은 분열의 시대”라며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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