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부처 추진 법안ㆍ예산안 심사에 영향 우려… 입법부는 의원 편차 노출 부담
국정감사의 가장 취약한 문제는 제한된 기간에 과다한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매년 국감에 대한 제도적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상시국감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국회의 의지 부족과 연중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행정부의 거부감 등이 맞물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뒷전에 밀려 있다.
상시국감은 국회 상임위원회 별로 기간을 나눠 ‘연중 행사’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예로 들면, 9월에 기획재정부, 10월 국세청, 11월 한국은행 등 상임위 소관기관마다 국감 시기를 다르게 정할 수 있다. 한 기관의 감사 기간이 늘어날 뿐 아니라, 국회 운영도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 전문성 역시 강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상시국감 체제로 전환화지 않고서는 국감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들도 대부분 일상적이고 포괄적인 입법부의 감사 기능을 마련해 놓았을 뿐, 우리나라처럼 매년 기간을 정해 대규모 감사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상시국감 체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는 데는 입법부와 행정부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행정부의 경우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기관 감사일과 종합국감 이틀만 고생하면 되지만, 상시 국감이 시행되면 1년 내내 국회 감시 아래 놓이게 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상시 국감으로 상임위 활동이 활성화되면 입법부의 견제 권한이 강해져, 부처에서 추진하는 법안ㆍ예산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국회 역시 부담이 적지 않다. 연중 감사가 이뤄지면서 여야는 물론 같은 당 소속의 상임위 의원들간 편차가 확연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은 “짧은 기간 대규모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현행 제도 아래서는 의원 개개인 별로 전문성이 부족하고 실력이 떨어져도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상시국감으로 바뀌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으로도 국감은 정기국회 이전에 30일 이내 실시하도록 돼 있다. 늦어도 8월에는 국감이 이뤄져야 하지만, 정치권은 관행처럼 ‘정기회 도중 20일’ 동안 국감을 실시하고 있다. 입법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2014년 초 연간 두 차례 국감을 치르는 ‘분리 국감’에 합의한 적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정쟁에 몰두하며 없던 일이 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가 12월에서 3월로 바뀐 만큼 지금과 같은 10월 국감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차이던 지난해 국감처럼 새 정부 장관들이 지난 정부 국정성과로 국감을 받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감을 비롯한 지금의 국회 일정은 12월 대선, 2월 새 정부 출범 스케줄에 맞춘 것인데, 3월 대선, 5월 새 정부 출범으로 바뀐 만큼 달라져야 한다”며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국감을 마치도록 해야 정권교체기에 국정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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