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소이산으로 향하는 평화둘레길을 걷다 지뢰 표지판을 만났다. 말라버린 잎들로 가득한 철조망에 무심 한 듯 달려있는 붉은색의 삼각형 지뢰표식. 관광용으로 만든 장식이 아니라 ‘진짜’라는 말에 일순 긴장감이 퍼진다. 지뢰는 땅속에 묻어 두고 그 위를 사람이나 차량 따위가 지나가면 폭발하도록 만든 폭약이다. “우리는 지뢰융단을 펼쳐 놓고서 당신을 기다리지요”라고 쓴 정춘근 시인의 싯구처럼 삶의 현장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서 생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해나? 그저 늦가을을 즐기려 나왔던 사람들이 지뢰밭 앞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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