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ㆍ코스닥 시장이 연중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의 꼬인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주가 하락을 보고만 있진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주가가 낮을 때 우호 지분을 확대하는 다목적 카드로 자사주 매입이 활용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24개사가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14개사보다 10개사가 증가한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휴젤은 지난 26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3개월에 걸쳐 301억6,000만원을 들여 자사주 10만주(2.31%) 취득에 나섰다. 휴젤은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1~3분기의 60%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주가도 지난 4월 17일 63만6,000원에서 지난 26일에는 23만8,100원까지 62.6% 떨어졌다. 휴젤 관계자는 “주가 안정을 위해 코스닥 시장을 통한 장내 매입 방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한다”며 “취득 이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필요시 별도의 이사회를 거쳐 이익소각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도 지난 26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472억5,000만원을 들여 자사주 140만주(1.29%) 취득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일부터 6월 28일까지 자사주 150만주를 취득한 데 이어 올 들어 두번째 자사주 취득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잉여자본을 이용해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본 정책을 펼치는 것은 주가 하단을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스피에서 신영증권(106억원) 한라홀딩스(81억원) 경방(26억원) 등이, 코스닥에서는 라이트론(50억원) 알티캐스트(30억원) 등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려 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같은 주가 급락 시기에는 투자자들에게 기업 내부적으로는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에서도 주가 방어를 위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미국 증시가 상승할 때 매수 주체가 됐던 것은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이었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수급 주체로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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