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대학에 가지 못한 채 고3 생활만 30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31일 한국 증시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나갈 때 투자자들은 신흥 시장을 우선 팔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과도하게 파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투자자들이 글로벌 증시에 투자할 때는 주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와 신흥시장 지수 비중에 따른 기계적 매매를 하게 되는데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돼 있고 지수 내 비중도 15%에 달해 손해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는 신흥 시장에 30년간 머물러 있었는데 이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고3 생활만 30년 한 것과 같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아무리 좋고 지배구조 등 제반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돼 있는 한) 외국인들이 한국 비중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정부와 MSCI의 의견차로 지수 편입이 답보 상태를 유지하다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도 빠졌다. MSCI는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조건으로 역외 원화시장 개설,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단기간 추진하긴 어려운 과제라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안전판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축소 계획이 현 상황에서 합리적인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국민연금의 장기 목표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다 보니 위험자산이 늘어났고 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자산 배분을 다변화 하고 있다”며 “운용원칙 중 공공성을 고려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