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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나도 증권거래세 내라니" 국민청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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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나도 증권거래세 내라니" 국민청원 봇물

입력
2018.11.01 04:40
수정
2018.11.01 08:3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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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호조의 영향으로 상승 출발한 코스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증시 호조의 영향으로 상승 출발한 코스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주식으로) 660만원을 손실 봤는데 주식거래세가 230만원입니다” “정부는 왜 조세원칙 위배하며 증시에서 증권거래세 8조원 뜯어가나요?”

최근 코스피가 2,000선을 내주는 등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증권거래세를 폐지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최근 2주간(10월17~31일) 증권거래세 관련 청원은 40여 개에 달한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 때 손익과 관계 없이 무조건 매도대금의 0.3%를 세금(증권거래세)으로 내야 한다. 증시 급락으로 가뜩이나 손해를 입었는데 여기에 ‘통행세’로 세금을 떼가니 투자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거래세를 0.1%까지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의 최운열 의원도 조만간 관련 법안을 내겠다고 나서는 등 정치권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주식 시세차익은 대부분 비과세고 △연간 약 6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주식으로 돈 잃어도 0.3%는 내라고?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세를 폐지 또는 인하하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거래세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주식을 팔 때 거래대금의 0.3%를 기계적으로 증권거래세로 떼어간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더라도 세금은 내야 하는 셈이다.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된다. 1978년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취득세 등 일반적인 거래세와 달리 그 성격이 양도세에 가깝다. 주식 시세차익에 양도세를 부과하려면 주식을 살 때와 팔 때의 거래내역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데 당시 관련 인프라가 미비하다 보니 정부가 과세 편의상 증권거래세를 전면 도입하고 양도세는 극소수의 대주주에만 부과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대신 양도세 부과 기준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4월 양도세 부과 대상(대주주)의 주식 보유액 하한선이 종전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내려간 데 이어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더욱 낮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도 현행 1만명 수준에서 2021년 7만5,000명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양도세를 내면서 사실상의 양도세(증권거래세)도 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중과세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미국은 1965년 거래세가 증권거래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폐지했고, 독일(91년) 일본(99년)도 1990년대에 거래세를 없앴다. 다만 영국(0.5%)과 프랑스(0.3%)는 거래세를 물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국에 비해 높은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를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의 요인으로 지목한다.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개인 99.8%가 주식 시세차익에 세금 안 내는데?

물론 반대도 만만치 않다. 먼저 양도세 부과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극소수의 대주주를 제외한 대다수 투자자는 차익을 남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같은 기형적 구조에서 증권거래세를 섣불리 먼저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일본, 독일 모두 거래세가 없는 대신 주식 시세차익에 대해 전면적으로 양도세를 물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개인투자자 500만명 중 주식 시세차익에 양도세를 납부하는 인원은 약 1만명(0.2%)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 가능성도 난제다. 국내 주식투자 규모가 늘어나며 증권거래세 세수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6조원을 넘어섰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율 0.1%포인트 인하 시 세수가 약 2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경봉 국민대 교수는 “(인하ㆍ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선) ‘증권거래세 인하→주식거래 활성화→과세범위 확대→세수 감소분 상쇄’를 말하는데 이에 대한 마땅한 실증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코스피에서 주식을 팔 때 붙는 증권거래세(0.3%)의 절반(0.15%)은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농어촌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에 사용)다. 지난해 증권거래세에 따른 농특세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최운열 의원실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인하ㆍ폐지 시 농특세 세수도 같이 줄어드는데, 농특세는 지역구가 얽힌 이슈라 의원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개편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범위를 계속 넓혀나가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증권거래세 개편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과세 체계를 ‘거래세→양도세’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범위를 단계적으로 줄여가다가 1989년에 전면 과세(세율 10~20%)를 시행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세수감소 등을 우려해 거래세를 즉각 없애지 않고 10년간 세율만 점진적으로 인하(0.55→0.3→0.21→0.1%)하다 1999년에야 거래세를 폐지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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