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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담금주ㆍ박쥐 수프ㆍ구더기 치즈... ‘역겨운 음식’ 한곳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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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담금주ㆍ박쥐 수프ㆍ구더기 치즈... ‘역겨운 음식’ 한곳에 모였다

입력
2018.10.31 17:30
수정
2018.10.31 20: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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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혐오식품 전시회’

양젖으로 만든 이탈리아 페코리노(치즈) 속에 구더기가 득실대고 있다. 디스거스팅 푸드 뮤지엄 홈페이지 캡처
양젖으로 만든 이탈리아 페코리노(치즈) 속에 구더기가 득실대고 있다. 디스거스팅 푸드 뮤지엄 홈페이지 캡처
괌에서는 과일을 먹고 큰 박쥐를 채소와 함께 끓여 스프로 먹는다. 디스거스팅 푸드 뮤지엄 홈페이지캡처
괌에서는 과일을 먹고 큰 박쥐를 채소와 함께 끓여 스프로 먹는다. 디스거스팅 푸드 뮤지엄 홈페이지캡처

“싸고 단백질도 많은 곤충을 사람들은 왜 잘 먹지 않는 것일까.”

지속 가능한 영양원을 탐구하던 한 사람의 호기심이 ‘혐오식품 전시회’ 기획으로까지 이어졌다. 특정 음식을 외면하게 되는 것은 역겹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웨덴 말뫼 지역의 ‘디스거스팅 푸드 뮤지엄’에서 전날부터 35개국의 80개 이상의 역겨운 음식을 모은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물로는 중국의 생쥐 담금주, 괌의 박쥐를 넣어 끓인 수프, 이탈리아의 구더기가 있는 치즈(페코리노), 아이슬란드의 삭힌 상어(하칼) 등이 올랐다.

전시물은 나름 맛, 향, 질감, 조리 과정(동물 취급 방식) 등 4가지 잣대를 토대로 평가됐다. 모두가 만장일치로 역겹다고 생각한 음식은 없었지만 상당수에게 역겨움을 주는 음식은 있었다는 것이다. 식품 연구가인 하칸 존슨 스웨덴 룬드대 교수는 “날것, 진짜로 부패된 것들은 다수가 싫어한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혐오감을 부추기려는 전시회 같지만, 전시회의 취지는 오히려 개개인이 느끼는 역겨움은 학습된 것이고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에 가깝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사무엘 웨스트는 “역겨움은 생물학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역겹다고 생각한 음식에 대해 왜 그런 지 물음을 던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바닷가재가 처음부터 인기 있는 식재료가 아니었다는 점은 웨스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전시회 관계자인 레베카 리블링은 “1600년대에는 바닷가재를 포로 수감자에게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주면 안 된다고 할 만큼 인기가 없었다”며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 여부는 여러 세대를 걸쳐 형성된 문화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바닷가재는 풍부한 생산량으로 가격이 싸기도 했지만, 색깔과 모양 탓에 선호도가 낮았다. 오죽하면 바닷가재의 별칭이 ‘바다의 바퀴벌레’였을까.

물론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자국 내에서 사랑받는 음식이 혐오 음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등장하자 해당국은 발끈했다. 대표적으로 호주인들은 ‘호주 국민잼’으로 불리는 베지마이트가 전시물로 선정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베지마이트는 야채즙, 이스트 추출물 등을 혼합해 만든 검은색의 잼이다. 이 밖에도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즐겨 먹는 루트 비어(생강과 다른 식물 뿌리로 만든 음료)가 역겨움을 유발하는 대상에 포함된 것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일부 음식은 시식 또는 냄새를 맡아 보는 게 가능하다. 웨스트는 “지금의 육류 생산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이 어렵다”며 “누군가가 혐오하는 식품이 누군가는 즐겨 먹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대안 식품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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