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빈티지 샹들리에 달기
지난해 4월 한 달간 샹들리에를 찾아 다녔습니다. 제가 찾는 샹들리에는 너무 화려하면 안 되고, 너무 커서도 안 됩니다. 이사 가는 집 거실 천장에 설치된 나무재질 구조물에 그럴싸하게 어울려야 합니다. 여섯 평(약 19.8㎡) 정도 되는 거실과 하나인 듯 조화를 이루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런 샹들리에가 필요했습니다.
색상의 경우 금색은 합격, 저렴해 보이는 반짝이 표면은 탈락. 그러면서도 가격은 50만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조건이 나름 까다롭다 보니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빨리 구매해서 전기 공사가 끝나기 전에 설치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했습니다. 이태원 빈티지 가구점들을 한 군데도 빠짐없이 체크했고,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직구 사이트도 샅샅이 살펴봤습니다. 그러다가 생뚱 맞게 빈티지 옷을 파는 가게에서 적당한 샹들리에를 발견했습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샹들리에는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100만원을 훨쩍 넘었습니다. 그런데 물어보니 이곳은 봤던 곳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합니다. “원래는 비싼 건데, 45만원까지 해줄게요. 어디 가도 주물 샹들리에가 이렇게 싼 데는 없을걸요?”라는 생색도 보탭니다.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물건보다 괜찮은 샹들리에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했습니다. 전기 기사에게 샹들리에를 잘 달아달라고 부탁한 뒤 출근했는데, 낮에 기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 조명, 천장에 못 달아요.” “네? 왜요?” 그렇게 발품을 팔아 찾은 샹들리에를 설치 못 한다니. “이거 20㎏ 넘을 거 같은데.”
그제야 샹들리에가 주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구매 당시에는 샹들리에를 번쩍 들고나와 4층 집 계단까지 뛰어 올라왔습니다. 기쁨에 잠시 샹들리에 무게는 잊고 있었던 겁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들어보니 정말 20㎏은 될 것 같습니다. 오래된 우리 집 빌라의 천장 구조물은 얇은 나무 합판이라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겁니다.
결국 내 아름답고 무거운 주물 샹들리에는 거실 한 켠에 장식품으로 남아 있게 됐습니다. 천장에는 가벼운 공산품 샹들리에를 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달고 나니 별 큰 차이도 없네요.
공간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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