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 아래 대청도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갈 수 있는 풀등이 있다. 풀등의 사전적 의미는 ‘강물 속에 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이다. 낙동강 하구가 대표적이다. 바다에도 풀등이 있다.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단단한 모래톱이다. 옹진군 대이작도와 장봉도에도 풀등이 있지만 배를 타야 갈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대청도 농여해변으로 나갔다. 얕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동그랗게 모습을 드러낸 모래 섬이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해변과 연결된다. 질척거리는 갯벌이 아니라 단단하고 고운 모래다. 찰랑대는 바닷물이 개울물처럼 맑다. 때마침 아침 해가 뜨고 맞은편 하늘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어 황홀경이다. 시간이 지나자 풀등은 더욱 넓어지고, 모세의 기적처럼 두 줄기 바닷물 사이로 모래 길이 펼쳐진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한 번씩 모래를 적실 때면 수평선을 경계로 흰 구름 떠가는 하늘이 풀등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사진으로만 본 콜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 풍경 그대로다. 대청도의 우유니, ‘대유니’라 불러도 전혀 손색없다. 황홀한 풀등 산책은 물이 빠지는 약 2시간가량 즐길 수 있다. 장화가 있으면 더욱 좋다.
◇대청도ㆍ백령도 여행 기사 자세히 보기 ☞긴장감에 가려졌던 그 섬의 비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청도=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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