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면 일대 추진 계획에 반발
경기 양평의 한 전원마을에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건립이 재추진되면서 주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화상경마장은 실제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돈을 걸고 경마에 참여할 수 있는 중계시설이다.
1일 양평군에 따르면 최근 승마체험업체인 골드쌔들승마클럽이 양평군 용문면 일원 7만5,840㎡(2만3,000평)부지에 승마장과 연계한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한국마사회에 제출했다. 이 사업계획은 지난달 말 한국마사회 모집공고를 통해 접수됐다. 지난해 9월 이 일대에 추진되던 화상경마장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지 1년여 만이다. 마사회 측은 두 달 안에 후보지 현장 실사와 주민 의견 등을 물어 최종 입지를 선정하게 된다.
해당 업체는 양평군의 조건부 동의서를 받아 사업계획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측은 이 시설이 용문 주택가에서 벗어나 있고 지역 세수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평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양평시민단체연석회의’는 성명을 통해 “역사적인 의병의 고장 용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미끼로 도박장을 유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평의 대표적 사찰인 용문사가 구한말 일제의 한반도 침탈에 맞선 의병들의 은거지 역할을 했다.
연석회의는 이어 “교육환경 저해, 주민 안전 위협, 집값 하락 등 지역 황폐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평군의 행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의당 양평군위원회는 “양평군이 업체에 동의서를 제공해줘 결국 사업신청이 가능했다”며 “이는 주민들의 찬반 갈등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정 행위”라고 규탄했다.
군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받으라는 의미로 조건부 동의를 해준 것”이라며 “주민 설문 결과 반대가 높으면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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