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자존심 상하던데요.”
2018~19시즌 여자프로농구 개막을 하루 앞둔 2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만난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 주역 김정은(31)은 미디어데이를 보고 내심 서운했다고 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팀 감독 모두가 우리은행이 아닌 청주 KB스타즈를 우승 후보로 지목한 것에 대해 “올 시즌 우리 팀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건 맞는데, 막상 한 명도 후보로 거론하지 않으니 자존심이 상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7시즌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예년과 달리 많은 불안 요소를 안고 시즌을 시작한다. 핵심 자원인 박혜진(28)과 임영희(38), 최은실(24)이 국가대표 차출로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김정은은 지난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진했다. 매 시즌 반복되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앓는 소리’는 이번엔 정말 엄살처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경험하고 돌아온 박지수(20)의 KB스타즈는 6개 팀 가운데 선수층이 가장 두꺼운 팀으로 평가 받는다.
김정은은 “이번 시즌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도 ‘쉽지 않겠구나’라는 분위기를 느낀다”며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이 합류한지 얼마 안 됐고, 내 몸 상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겨내야 한다”고 개막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또한 “다른 팀들은 세대교체를 하는데 우리는 (임)영희 언니가 우리 나이로 곧 마흔, (박)혜진이도 서른이다. 난 부상을 달고 산다”며 “그래도 우리에겐 6연패를 이룬 보이지 않는 내공이 있다. 우린 위기에 강하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공격력을 앞세워 여자프로농구와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정은은 지난해 농구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2017~18시즌을 앞두고 2006년부터 줄곧 몸담았던 부천 KEB하나은행(전신 신세계)을 떠나 우리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한 물 갔다’는 혹평 속에 떠밀리듯 새 팀을 찾았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단 한번도 이루지 못한 12년 우승 한을 우리은행에서 풀었다. ‘우승 청부사’ 위성우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공격만 하는 선수가 아닌 수비도 할 줄 아는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김정은은 “예전엔 공격을 많이 하다 보니까 수비에 대한 부분을 크게 생각 안 했다”면서 “그런데 여기에 오니까 훈련의 70% 정도를 수비 연습만 한다. 포지션도 처음 하는 4번(파워포워드)을 맡아봤지만 여태껏 느껴 본적이 없는 재미를 수비에서 느꼈다. 또 수비가 강해야 이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우승을 맛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던 김정은은 “우승은 참 좋다. 과정이 힘든 데도 참고 뛰는 것은 우승으로 보상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처음 우승을 경험했을 때는 울다가 끝났는데, 이번엔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3일 우리은행과 인천 신한은행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5개월 대장정에 들어간다.
아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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