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대표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 6월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데 이어, 그룹 지주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실질적인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단일 최대 주주가 된 만큼 보다 안정적으로 기업 경영에 힘 쏟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LG는 지난 5월 20일 타계한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1.3%(1,945만8,169주) 가운데 구 대표가 1,512만2,169주(8.8%), 장녀 연경씨가 346만4,000주(2.0%), 차녀 연수씨가 87만2,000주(0.5%)를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고 2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선친(11.3%)과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7.7%)에 이어 ㈜LG 지분 6.2%를 보유했던 구 대표의 ㈜LG 지분율은 15.0%로 크게 오르며 ㈜LG 최대주주가 됐다. LG그룹 관계자는 “분할 규모는 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자녀들 간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며 “김 여사가 주식을 한 주도 상속받지 않고, 구 대표가 다른 자녀들보다 많은 주식을 상속받은 건 최대 주주로서 회사를 좀 더 책임 있게 경영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를 포함한 세 자녀가 상속받은 주식 가치는 1조8,000억원대에 달한다. 이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9,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규모는 구본무 회장 타계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 ㈜LG의 평균 주가에 최대주주 할증률 20%를 더해 산출한 총 주식가치에다가 과세율 50%를 적용한 금액이다. 주식을 가장 많이 상속받은 구 대표는 전체 상속세의 78% 가량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약 7,000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납부한 1,830억원이 최대였다.
구 대표는 보유 현금과 ㈜LG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받아 상속세를 충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LG 주식을 처분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에 팔기로 한 판토스 보유 지분(7.5%) 매각 대금도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 납세의무자는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의 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의 과세가액ㆍ과세표준을 세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 대표 등 상속인들은 이달 말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낼 계획이다. 나머지 상속세는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나눠 지불하게 된다. 연부연납은 납부할 상속세ㆍ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길 경우 신청금액에 한해 최장 5년에 걸쳐 나눠서 낼 수 있는 제도다. LG그룹은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상속세를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만 40세인 구 대표가 ㈜LG의 최대 주주가 된 만큼 세대교체를 위해 연말 인사에서 그룹 내 6명의 60대 부회장 중 일부 교체할 거란 전망이 좀 더 힘을 받게 됐다”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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