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줄고 EU 제재 연장
미중 무역전쟁에도 혜택 못 받아
미얀마 정부, 방글라데시 찾아
난민 대표 만나 귀환 설득 작업
“집단 학살 여전... 안 돌아갈 것”
난민 72만명 신변안전 보장 요구
무차별 유혈탄압으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로 내쫓았던 미얀마가 난민 대표들을 직접 만나 귀환 설득 작업을 벌이는 등 이들 난민들의 송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사태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자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1일 로이터 등 외신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족 난민 송환 계획을 논의한 데 이어, 접경지 난민촌을 찾아가 난민 대표들에게 귀환을 설득했다. 미얀마는 자국 거주 사실이 확인된 난민 4,000여명 중 2,260명을 오는 15일 1차 송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송환일이 다가올수록 난민들은 강제 송환을 우려하며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내 한 난민촌에서 6명의 가족과 지내고 있는 난민 아민(35)은 “1차 송환 대상자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강제 송환될까 봐 걱정돼 잠도 못 자고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극빈국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1년 전부터 난민 복귀를 추진했고, 송환을 합의한 바 있다.
로힝야족 난민촌장을 역임하는 등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현지 소식통은 “유엔 조사단이 집단학살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며칠 전엔 미얀마 국경초소에서 난민촌으로 총알이 날아들기도 했다”며 “미얀마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얀마 서부 라킨주의 상황이 난민들의 귀환에 적절치 않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내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은 72만명이다. 이들은 송환에 앞서 미얀마 정부에 신변안전 보장, 잔혹 행위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지만 미얀마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난민 구호단체들은 최근 이런 난민들의 목소리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전달하고 강압적인 난민 송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난민들의 싸늘한 반응에도, 미얀마 정부가 송환을 밀어붙이는 건 자국 경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분석이다. 현지 한국 봉제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생산시설의 미얀마 이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혜택을 미얀마는 못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2017-2018 회계연도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9억달러 감소했다. 신흥국으로서 FDI 유입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계 최대 농산물 생산유통 업체 C사의 현지법인 부대표인 한 소식통은 “투자금의 미얀마 군부 유입 가능성을 들어 본국에서 투자 철회 권고가 있었다”며 “현지 농업기업 인수를 최종 단계에서 접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4월 로힝야족 탄압을 이유로 미얀마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1년 연장한 바 있다. 또 유혈탄압을 주도한 미얀마 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유럽 내 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내려놓고 있다. 앞서 아웅 나 우 미얀마투자위원회(MIC) 사무총장은 “향후 2, 3년간 서구로부터 많은 FDI를 기대할 수 없다”며 “대신 동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 정부는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과 함께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자 투자 관련법을 개정, 올해부터 외국인들의 미얀마 투자 문턱을 대폭 낮춰 놓고 있다. 과거 1% 지분만 소유해도 외국인 회사로 간주됐지만, 현재 34%까지 소유해도 미얀마 기업으로 대우를 받는다. 또 로힝야 사태로 유럽 등지로부터의 관광객이 줄어들자 한국과 일본, 홍콩, 마카오에 대해서는 비자를 면제해 관광산업 유지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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