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를 빛낸 배우 신성일이 4일 오전 타계한 가운데, 아내인 배우 엄앵란이 슬픔 가득한 심경을 고백했다.
이날 고(故) 신성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엄앵란은 “(신성일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만 해도 건강하셨다. 그때도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나서 자기가 보여줘야 한다고 갔다 왔다. 그러더니 상태가 더 안 좋아졌고 큰 병원에 다시 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인이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를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자고 하더라. 정말 가슴 아팠다.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이런 사람이 버텨서 오늘날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우리는) 부부이면서 동료다”라고 덧붙이며 “‘가정 남자’가 아니라 ‘사회 남자’이고 ‘대문 밖 남자’였다. 일에 미쳐서 모든 집안일은 나에게 맡기고 영화만 하고 다녔다”며 신성일의 열정에 대해 전했다.
“이제야 재밌게 살려나 했더니 돌아가셨다. 내 팔자가 이렇다”며 한탄한 엄앵란은 지난 3일 오보 소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제 사망 오보가 나왔다. 그걸 확인하려고 제주도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그런 팬들 전화를 받으니까 우리 가족사, 사생활은 포기할 수 있더라. 이 사람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인의 마지막 말에 대해 묻자, “3일 전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봤다. 딸이 ‘아버지 하고 싶은 말 해봐’라고 하니까 ‘재산 없어’라고 했다더라. 그리고 나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했다. 그걸 들으면서 그 남자는 역시 사회적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경했고 55년을 살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고 신성일을 향해 엄앵란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라. 그래서 재밌게 손잡고 구름 타고 하늘 타고 전 세계 놀러 다녀라”는 말을 남겼다.
고 신성일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공동 장례위원장으로는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후배 배우 안성기가 나선다. 고문은 신영균·김동호·김지미·윤일봉·김수용·남궁원·임권택·정진우·이두용·오석근·문희가 맡고, 집행위원장은 김국현 한국배우협회 이사장이 맡는다. 장례위원으로도 영화계 각 분야 인사가 대거 위촉됐다.
발인은 오는 6일, 장지는 경북 영천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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