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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적 병역 거부 ‘양심’ 판별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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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적 병역 거부 ‘양심’ 판별은 어떻게

입력
2018.11.05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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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준 제시 검사에 미루며 “가정환경 등 전반적 삶서 표출”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경택(30)씨는 올 2월 군 입대를 앞두고 ‘폭력을 확대ㆍ재생산하는 군대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정치 신념을 주장하며 병역 거부를 택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6월28일 대체복무제도 없는 병역법은 ‘헌법 불합치’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1심 재판부는 7월17일 “오씨가 주장과 같은 양심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다음달 12일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둔 오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일반 시민의 권리로 인정한 것이 1일 대법원 결정의 핵심”이라며 “2심에서는 무죄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 거부=무죄’ 판단을 내린 후, ‘양심의 진정성’을 어떻게 판별할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비종교적인 이유의 병역 거부가 어느 범위까지 허용될 것인지가 당장의 관심사다. 정치 신념을 내세운 병역 거부에 대해 하급심(1ㆍ2심)이 무죄를 선고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데다, 상대적으로 검증이 까다롭고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4일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에 따르면, 현재 각급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로 재판을 받고 있는 930여건 중 오씨 포함 5명 정도가 정치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걸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모두 교리상 군사훈련과 군 관련 조직에 근무하는 것을 거부하는 종교단체 ‘여호와의증인’ 신도다. 이용섭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오씨 등은)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군 복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과 연계 없이 개인적으로 병역 거부를 실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쟁점은 어떤 방식으로 ‘정치 신념’을 검증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이에 대한 판단 기준 제시를 ‘검사’ 몫으로 넘기면서도 “(진정한 양심이라면) 가정환경과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과정에서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이에 비하면 ‘종교 신념(종교적 병역 거부)’ 검증 기준은 훨씬 구체적이고 명쾌하다. “교리와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 및 경위, 개종 이유, 신앙기간, 실제 활동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세부 기준까지 들었다.

검증 기준 간 차이는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김소영ㆍ이기택 대법관은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어떤 남성이 비폭력 평화주의에 관한 신념을 갖고 병역 거부를 주장할 때 (이를 입증하기 위해) 외부에 표현하는 행동으로 무엇을 상정할 수 있을 지 떠오르지 않는다”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대로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한다면 특정 종교 신도들만 병역 면제를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2004년 이후 현재까지 118건의 무죄 선고가 나왔지만 비종교적인 이유의 병역거부자들은 모두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강제징집제도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해 현재 대법원 2부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A(22)씨도 작년 열린 1ㆍ2심에서 모두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체복무에 대한 불만은 결국 군 복무와의 형평성 문제와 연결되는 만큼 사병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소모적인 논쟁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일ㆍ김재형ㆍ조재연ㆍ민유숙 대법관 역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해 “병역 기피 풍조의 방지는 지속적으로 군 복무 여건을 개선하고 군필자에 대한 사회적 처우를 보강하는 등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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