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장현수 징계 존중, 속내는 불편
군대 관련 현실 냉정한 판단
호주 평가전에 이승우 제외
“같은 포지션 좋은 선수 많다”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머리로 이해한 걸까.
파울루 벤투(49)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27ㆍFC도쿄)에게 내려진 중징계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호주(17일), 우즈베키스탄(20일)과 원정 평가전에 나설 26명의 대표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장현수가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으로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로부터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뒤 처음 열린 벤투 감독의 기자회견이라 그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쏠렸다.
벤투 감독은 “공정위 징계를 받아들인다. 그 결정을 따르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장현수 제외는 대표팀 전력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하며 “지난 두 번의 소집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장현수에게 감사하다. 그의 남은 선수 경력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현수에게 보내는 사실상의 ‘굿바이’ 인사다.
그러나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이 이 상황을 온전히 수긍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처음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 국가대표 공격수 박주영(33ㆍ서울)은 2010년 겨울 AS모나코(프랑스)에서 뛸 때 한창 시즌 중 아시안게임(광저우) 차출을 요청해 소속 팀을 당황케 했다. 당시 이 일에 관여했던 에이전트는 “아무리 설명해도 모나코 관계자들은 ‘프로선수가 왜 군대를 가야 하느냐’며 납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외국인에게 병역을 둘러싼 한국 문화를 온전히 이해시키는 건 무리다. 결국 모나코는 끈질긴 요청에 박주영을 보내줬다.
손흥민(26ㆍ토트넘)이 얼마 전 막을 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소속 팀의 큰 반대 없이 무난하게 합류할 수 있었던 건 박주영 전례 덕이다.
그래도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장현수 징계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사령탑인 자신이 징계를 부정하면 일이 크게 꼬이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벤투 감독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던 축구협회는 그의 냉정한 현실 인식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처음 치러질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멤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소속 팀과 합의로 일찌감치 차출 불가가 확정된 손흥민(26ㆍ토트넘)을 비롯해 기성용(29ㆍ뉴캐슬)과 이승우(20ㆍ베로나), 이재성(26ㆍ홀슈타인 킬)을 부르지 않았다. 기성용과 이재성의 제외는 소속 팀에서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는 배려 차원이다. 반면 이승우에 대해 벤투 감독은 “그와 같은 포지션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며 좀 더 분발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대신 권경원(26ㆍ톈진 취안젠), 이유현(21ㆍ전남), 김정민(19ㆍ리퍼링),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30ㆍ보훔), 나상호(22ㆍ광주)가 벤투 감독에게 처음 부름을 받았다. 이 중 이유현, 김정민, 나상호는 생애 첫 발탁이다. 이청용은 최근 소속 팀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포함 두 경기 연속 도움을 올리는 등 맹활약해 6개월 만에 재승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축구대표팀 11월 호주 원정 소집 명단(26명)
△골키퍼=김승규(28ㆍ빗셀 고베) 김진현(31ㆍ세레소 오사카) 조현우(27ㆍ대구)
△수비수=권경원(26ㆍ톈진) 홍철(28ㆍ수원) 박주호(31ㆍ울산) 김영권(28ㆍ광저우) 김문환(23ㆍ부산) 정승현(24ㆍ가시마) 김민재(22)ㆍ이용(30ㆍ이상 전북) 박지수(24ㆍ경남) 이유현(21ㆍ전남)
△미드필더=황희찬(22ㆍ함부르크) 김승대(27ㆍ포항) 남태희(27ㆍ알두하일) 이청용(30ㆍ보훔) 이진현(21ㆍ포항) 나상호(22ㆍ광주) 문선민(26ㆍ인천) 황인범(22ㆍ대전) 김정민(19ㆍ리퍼링) 정우영(29ㆍ알사드)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
△공격수=석현준(27ㆍ스타드드랭스)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