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립유치원의 무단 폐원을 엄중 제재하겠다고 했지만 폐원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 수는 일주일 만에 약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우려했던 집단 휴ㆍ폐원 사태까지는 아니지만, 개별 유치원 차원의 폐원 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박용진 3법’ 국회 통과 여부 및 2019학년도 원아모집 결과에 따라 폐원을 결정하는 곳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에서 28개 사립유치원이 폐원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가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오후 폐원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 수는 9곳. 이후 지난달 31일엔 18곳으로 늘었고, 유치원 온라인입학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서비스 개통일인 1일을 전후해 다시 10곳이나 늘어났다. 2019학년도 원아모집을 앞두고 최종 결정을 내린 유치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은 폐원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들이 대부분이 경영자의 개인 사정이나 경영난을 이유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폐원 협의중인 10개 유치원은 대부분 정원충족률이 70% 미만으로, 비리유치원 사태 이전부터 교육지원청과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폐원 의사를 밝힌 서울 A유치원 원장은 “올해 만5세반이 졸업하면 원아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입학 문의조차 1건도 없어 폐원을 결정했다”며 “정부에서도 앞으로 공립을 집중 지원한다고 하니 우리 같은 임대유치원은 (살아날)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원을 추진하는 모든 사립유치원들이 단지 경영난만을 이유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달 말 폐원 안내를 한 서울의 B유치원도 ‘운영상의 이유’를 폐원 사유로 내세웠지만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학부모 이모(34)씨는 “건물이 오래돼서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데 그럼 휴원을 하지 왜 폐원을 하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폐원 관련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던 충북 은성유치원 역시 경영상의 문제가 없는데도 유치원 감사결과가 공개되자마자 이에 반발해 폐원을 통보해 학부모들의 비판을 받았다.
저출산으로 유아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경영난을 호소하며 문을 닫는 사립유치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사립유치원일수록 2019학년도 원아모집 결과가 좋지 않다면 폐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폐원을 선택하는 유치원이 크게 늘어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C유치원 원장은 “공영형 사립유치원 등 정부 지원을 받아 계속 운영해볼 생각도 했지만 법인전환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아 우리 같은 영세한 곳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의 폐원이 당장의 유아교육 대란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는 만큼 교육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부모 정윤선(40)씨는 “무분별한 폐원을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지만 돈벌이만 생각하는 사립유치원은 차라리 빨리 문을 닫았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국공립 증설과 함께 학부모가 믿을만한 사립유치원만 구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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