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조직법 개정안 마련
행정 총괄… 법관ㆍ非법관 5명씩
상근 법관직은 모두 없애기로
행정처 폐지 “사법농단 원천 차단”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중 핵심으로 불렸던 판사 3,000여명에 대한 보직인사권이 외부인사가 포함된 사법행정회의로 넘겨진다. 사법행정을 전담하는 상근 법관직도 모두 없애기로 해 30여명의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모두 재판 업무로 복귀할 전망이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은 7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권한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될 사법행정회의 등의 구체적 운영방안이 확정된 것은 처음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대법원안으로 정하면 입법화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의 총괄 권한은 대법원장에서 사법행정회의로 바뀐다. 사법행정회의는 법관 보직인사권 등 주로 인사와 관련한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게 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권 등 헌법상 명시된 권한과 상고심 재판의 재판장, 대법관회의 의장 등의 권한은 그대로 지닌다.
사법행정회의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한 1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형식의 수평적인 의결기구다. 위원 10명의 구성은 법관과 비법관을 각 5명씩 동수로 구성키로 했다. 법관 위원 5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법관 1명 ▦전국법원장회의가 추천한 법관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성별과 경력, 심급 등을 고려해 추천한 법관 3명으로 구성된다. 비법관 위원은 공모를 받아 위원 추천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결정한다. 추천위원회는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 법원노조 등이 추천한 11명으로 구성된다. 사법행정회의와 산하 위원회는 모두 상근을 금지했다. 관료화와 사법행정권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외부인사가 법관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법관 5명으로 꾸려진 별도의 법관인사운영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판사 보직에 대한 기본계획은 운영위가 세우고 사법행정회의가 이를 승인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폐지되고 사법행정 집행기구인 법원사무처가 신설된다. 사무처에는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해 법관을 구성원에서 완전히 배제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사법개혁 계획을 밝히며 사법행정을 맡는 상근법관을 단계적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법원장 권한은 상당 부분 축소ㆍ분산될 전망이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비롯해 판사 3,000여명, 법원 공무원 1만3,000여명에 대한 인사권과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이 같은 제왕적 권력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를 불러온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법관 인사권에 대해 외부 영향력의 개입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사법행정을 법관이 담당해야 사법독립이 지켜진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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