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2] 도전과 미래의 새 길, 북방 아시아
한반도 비핵화로 평화 정착 땐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만들어
실질적 성과 나오도록 노력을
新북방정책, 中ㆍ러시아처럼
외교문제 많은 국가와 마주해야
상호 호혜적 관계 구축이 핵심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한국일보 ‘코라시아포럼’의 두 번째 세션은 ‘도전과 미래의 새 길, 북방 아시아’를 주제로 문재인 정부의 신(新)북방정책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해 진단했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에서 온 전문가들은 “한국의 북방정책은 유라시아 평화 정착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로는 유수프 마지디 타지키스탄 대통령실 전략기획혁신부 국장, 블라디미르 노로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력 직속 전략연구소장, 정지융 중국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발다이클럽 연구소장이 나섰다. 사회는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이 원장=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각국의 입장이 궁금하다.
정 주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경제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반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한반도의 안정은 중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적극 지지한다. 특히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군인들이 철수하는 등 적극적 조치가 이뤄진 점을 높이 평가한다. 김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가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조속한 북미회담 개최를 기대한다.
노로프 소장 =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정치적 의지가 돋보였다. 평화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은 양국 정상의 의지를 담았다. 우즈베키스탄은 핵이 없는 중앙아시아를 원하고, 실제로 비핵화를 주도해 왔다. 그런 점에서 우즈베키스탄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환영한다. 특히 외교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척돼 본격적으로 신북방정책이 날개를 달면 중앙아시아에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실크로드가 부활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역량은 확대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마지디 국장= 한반도 정세가 개선되는 것을 보는 게 기쁘다. 경제적인 효과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지키스탄 정부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한다.
보르다체프 소장=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장 큰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곳에 위기가 생기면 러시아의 극동개발도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가 평화로워지면 러시아의 경제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아시아 태평양 경제구역과 통합하고자 한다. 그 전제 조건은 역내 평화다.
이 원장=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 주임= 북방정책의 전제인 한반도 평화,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러시아의 ‘유라시아 구상’, 몽골의 ‘초원의 길’ 등 주변국 외교정책들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발상이다. 세계적 흐름과 부합하고, 주변 국가를 배려하는 면모도 갖췄다. 그러나 남북한 환경이 또 언제 변할 지 모른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변수를 고려해 세부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남방정책의 경우 비교적 한국보다 국력이 약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북방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처럼 외교적 문제가 산적한 국가들과 마주해야 한다.
보르다체프 소장= 북방정책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브라질에 대해 “잠재력이 크지만 영원히 잠재력만 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방정책이 잠재력이 많은 정책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연속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형태를 넘어 ‘유라시아 경제공동체’라는 고도의 국제무역을 추구해야 한다. 각국의 민감한 부분은 보호하면서도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해 경제를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마지디 국장= 경제공동체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등의 정책적 지원도 필수다. ‘유라시아 개발은행’ 같은 기구를 설립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
노로프 소장= 한국은 정보(IT) 강국이다. 디지털 혁신을 이룬 노하우를 다른 유라시아 국가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는 북방정책의 이행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세션II ‘도전과 미래의 새 길, 북방 아시아’ 패널 약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과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전문가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수프 마지디 타지키스탄 대통령실 전략기획혁신부 국장
타지키스탄 경제혁신투자부 최고 전문가다. 모스크바 국립섬유대 기술생산 관리학과를 졸업한 뒤 러시아 연방 대통령 산하 국립 경제ㆍ공공서비스 아카데미 시장경제 국가규제ㆍ경제학부에서 공부했다.
△블라디미르 노로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직속 전략연구소장
주 독일, 스위스, 폴란드 대사 등을 거쳐 우즈베키스탄 외교부 장관과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절단 대표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이다. 모스크바 내무성 아카데미 법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지융 중국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김일성종합대 박사 후 과정을 거쳐 서울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중국 영토주권 해양권리협력혁신센터 등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전문가다. 중국 관영지에 기고문이 자주 게재된다.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러시아 발다이클럽 연구소장
아시아 및 유라시아 발다이클럽 프로그램 책임자로서 전문성을 쌓은 뒤 유라시아경제위원회 위원장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정치과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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