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세가 멈추면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른바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지역 집값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대세 하락 전망에 유보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집값의 상승 동력이 떨어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전날 발표된 한국감정원의 이달 첫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를 기록, 지난해 9월 둘째 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부동산114 집계에서도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0%)은 지난해 1월 셋째 주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제자리걸음 했다. 부동산중개사무소 등 현장 집계를 중시하는 KB부동산 통계에선 전주보다 0.1%포인트 낮아진 0.09%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울 집값 흐름을 파악하려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도심과 인기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완연히 꺾었지만, 실수요 거래와 갭투자가 활발한 노도강 지역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부동산114가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두 달 간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노원구가 3.30%로 전체 25개 구 중 가장 높았다. 강북구(1.76%)와 도봉구(1.64%)도 1%대 중후반의 상승률로 각각 7위와 10위를 기록했다. 서울 집값 상승기에 대세 지역으로 꼽혔던 영등포구(0.36%)가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용산구(0.52%) 또한 하위권에 머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재건축을 재료로 노도강 지역에서도 가장 거래가 활발한 상계동 아파트 단지의 평균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이 지역의 집값 상승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치솟던 8월 2.0% 상승한 상계동 아파트 가격은 9ㆍ13 대책 발표로 서울 주택가격의 전반적 상승세가 꺾인 9월 오히려 3.8% 올라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달에도 2.0%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상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매매 건수는 줄었지만 창동 차량기지 개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KTX 및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 연장 등의 호재가 남아 있어 쉽게 분위기가 식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추가로 강경 대책을 내놓는다면 모를까, 그만한 외부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은 호가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부동산 관계자도 “노도강을 필두로 구로, 관악, 성북구 등 저평가 지역에서 인기 지역과의 ‘가격 갭(격차)’ 메우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서울 전체 집값 상승률이 급격히 하락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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