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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화∙민주 진검 승부는 2년 뒤로

입력
2018.11.1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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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이변 없었던 美중간선거 결과

트럼프와 정책차별화 고민 커진 민주당

향후 2년 트럼프의 대외전략 선택 주목

이번 미국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와 민주당 모두 이길 곳을 이기고 질 곳을 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주리, 인디애나, 노스다코타 등 전통적 공화당 텃밭에서 출마한 민주당 현역 상원 의원들을 낙선시켰다. 민주당은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하원 공화당으로부터 23석 이상을 새로 빼앗아야 했던 상황에서 무난히 하원 다수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전략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미국 의회에 의해 견제당할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한 마디로 이변은 없었다. 자신을 백악관 주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중서부 지역 상원 선거 지원 유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가 보지 못했다. 민주당 현역 상원 의원들이 워낙 선전하고 있던 탓이다. 라티노 인구가 많은 네바다에서도 공화당은 상원 의석 수성에 실패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선 하원 의원을 지냈던 전통 보수 성향의 농업 주 캔자스에서는 트럼프가 직접 추천한 공화당 주지사 후보가 이민 문제만 파고들다 민주당 후보에게 격퇴 당했다. 민주당도 자축 분위기는 아니다. 우선 상원에서 트럼프 벽을 넘지 못한 채 공화당과 의석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민과 경제 및 무역 등 거의 모든 주요 정책 분야에서 트럼프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 그대로 이어졌다. 유일하게 공세를 펼쳤던 의료보험 개혁 지키기 전략은 이번에 거둔 성공으로 인해 다음 선거에서 재탕이 어려워졌다. 플로리다와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유망주들이 아쉽게 낙선하기도 했다.

앞으로 트럼프는 오바마 지우기에 열을 올렸던 지난 2년간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서 탈피해 이민과 무역, 안보, 세금, 인프라 확충 분야에서 자기 업적 만들기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면 거래의 달인인 대통령 자신의 업적이요 실패해도 민주당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더구나 트윗으로 화두를 선점하는 트럼프의 ‘논평 정치’는 대통령에 대한 체계적 비판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사정이 다급하게 된 쪽은 민주당이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항마도 마땅치 않고 포퓰리즘도 자리가 없다. 하원의 민주당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이 트럼프 비리 폭로 전략에만 치중했다가는 보수 유권자들과 폭스뉴스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적 가치를 복원하자는 오바마 스타일의 착한 선거 메시지로는 트럼프의 화끈한 수사에 익숙해진 백인 저학력 유권자들 마음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다. 민주당에게 남은 승부수는 트럼프의 불가역적인 정치적 추락과 트럼프만큼 공격적인 대선 후보 선정을 통해 중서부 지역 흑인 및 청년층 지지를 유도하는 것 정도 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 대외 정책은 어떨까? 향후 2년간 이란 안보 문제와 중국 통상 문제가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두 이슈 모두 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이란을 제재로 압박해 굴복시키려는 트럼프 정책은 민주당도 반대하기 어렵다. 관세 부과를 통한 중국 손보기 또한 민주당이 이전부터 바라던 바다. 다만 하원 다수당으로서의 민주당이 보여 줄 정책적 감독 기능이 관건이다.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트럼프의 독불장군식 협상 전술을 비판할 것이다. 중국과의 통상 분쟁에 있어서도 고관세로 인한 미국 유권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중장기적 무역 정책을 내놓으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사실 현재 미국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대외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작 민주당 내 외교 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룰만한 스타급 상원 의원도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2020년 대선까지 미국 대외 정책은 트럼프의 전략적 고려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이전까지 제재는 불변이라는 단순 논리로 상당 기간 일관할 것인지 혹은 하원 민주당의 국내 정치 발목 잡기에 대한 정면 승부용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빅딜 카드를 만지작거릴지 지켜 볼 일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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