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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묘령의 여인

입력
2018.11.1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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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재산이 낯선 여자에게 상속된 미스터리를 소개한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낯선 여자를 ‘묘령의 여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는 ‘묘령’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해 잘못 사용한 표현이다.

묘령의 한자는 ‘妙齡’인데, 흔히 ‘妙’를 ‘기이하다’, ‘심오하다’, ‘색다르다’ 등의 뜻으로 해석해 ‘묘령의 여인’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여자’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妙齡’에서 ‘妙’는 ‘예쁘다’, ‘젊다’의 뜻으로 사용돼 ‘묘령’은 ‘스무 살 안팎의 꽃다운 여자 나이’를 이르는 말이다. 방송에서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 받은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기 때문에 ‘묘령의 여인’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묘령과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 ‘방년(芳年)’이 있다. 방년에서 ‘방(芳)’은 ‘꽃답다’, ‘아름답다’의 뜻을 가지고 있어 ‘방년’은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의 의미로 쓰인다. 방년도 묘령처럼 주로 스무 살 전후의 여자 나이를 이르는 말로 사용되지만 사전의 정의로 보면 여성에게만 국한해 사용해야 하는 말은 아니다.

또한 스무 살의 젊은 나이를 이르는 말로 ‘약관(弱冠)’이 있다. 약관은 ‘예기’의 ‘곡례편(曲禮篇)’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冠禮)를 한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약관의 어원을 따진다면 약관은 남자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지만 현재 사전에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정의하고 있다.

젊은 나이를 이르는 다른 말로 ‘이팔(二八)’이 있다. ‘이팔’은 주로 ‘이팔청춘’의 형태로 쓰이는데, 여덟을 두 번 더한 나이라는 뜻에서 ‘16세 무렵의 꽃다운 청춘’이라는 의미로 남녀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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