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서울아산 대장암 수술 3만여건
조기 직장암은 5년 생존율 96%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로
환자 맞춤형 치료법 찾아내 적용
지난해 암병원 데이터센터 개설
AI가 진단 ‘한국형 왓슨’ 탄생 기대
대장암 치료법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일부 조기 암은 내시경 치료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장암은 여전히 수술이 근본 치료법이다. 대장암은 수술 결과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직장암 수술은 항문을 보존해야 환자가 수술 후 인공 항문(장루)을 착용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하는 의료진의 ‘경험’과 ‘실력’이 아주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개원 이래 지금까지 대장암 수술을 3만건 이상 시행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대장암 수술 권위자’인 유창식(57)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났다. 유 교수는 지난 25년 간 대장암 수술에 천착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도 맡고 있다. 유 교수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크론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치루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장암은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암인데.
“대장암은 결장이나 직장에 생기는 암이다. 대장암은 위암과 함께 국내 암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15년 2만6,790건이 발생해 위암에 이어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2017년 국가암등록본부 자료). 남성이 여성보다 1.5배나 많이 걸린다. 회식 등으로 인한 잦은 음주나 흡연, 운동 부족, 비만 등 식생활 습관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로는 70대가 27.8%로 가장 많았고, 60대 25.6%, 50대 21.8%의 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30, 40대 젊은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장암을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있나.
“대장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배변 습관 변화를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한다. 설사나 변비, 배변 후 장이 완전하게 비워지지 않은 느낌, 피 섞인 대변, 평상 시보다 가는 변, 잦은 방귀와 가득 차거나 부푼 느낌, 이유 없는 몸무게 감소, 항상 피곤하거나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나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대장은 길고 배 속에서 상하좌우에 걸쳐 놓여 있다.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몸의 오른쪽에 있는 결장에 암이 생겼으면 설사나 소화 불량, 복통, 빈혈, 체중 감소, 복부에서 혹이 만져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좌측 결장암은 혈변, 변비, 배변 습관의 변화, 장폐색 등이 생긴다. 또 항문에 가까운 직장에 암이 생기면 혈변, 변비 혹은 설사, 배변 후 잔변감, 배변 시 통증,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얘기해 대장 용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대장 용종을 잘라낸 뒤에도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수다. 내시경 검사할 때 용종 위치나 크기, 장 청결도 등에 따라 진단되지 않은 용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장에서 용종이 새로 생길 수 있다. 대장암의 85% 정도가 선종성 용종에서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대장 용종을 완전히 제거하면 대장암 위험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에서 시행한 대장암 수술이 3만건을 넘어섰는데.
“2006년 국내 최초로 다학제 진료인 암 통합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장암 통합진료 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의료진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우리 병원은 개복 수술 외에도 복강경, 로봇수술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수술 효과를 높인 덕분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은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수술 후에도 정상적으로 배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조기 직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96% 정도다. 의료 선진국인 미국보다 5년 생존율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대장암 치료에도 환자 개개인 상태를 치료 중심에 놓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가장 큰 이슈인데.
“최근 암 전문가 사이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의 하나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검사다. NGS검사는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아내고 적용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기존의 단일 유전자 검사와 달리 한 번 검사로 최대 수백여 개의 유전자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해 검사할 수 있다. 검사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최적의 치료제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NGS검사가 건강보험에 적용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2,300여건의 NGS검사를 시행하면서 국내 정밀의료를 선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대장암을 검진하기 위한 NGS검사가 3분의 1일 정도로 가장 많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열어 미국 다나파버암센터와 협력해 NGS 유전자 검사기술인 한국형 온코맵과 온코패널을 개발해 치료에 적용해 왔다. 이는 현재 국내 NGS검사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암병원 데이터센터를 열어 대장암을 비롯한 모든 암종별로 분산된 데이터를 한 데 모아 연구 접근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NGS검사를 통해 얻은 유전자 데이터와 그 동안 쌓아 온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기 위한 정밀의료 플랫폼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이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질병진단시스템인 ‘한국형 왓슨’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진행성 직장암을 수술하기 전 항암 방사선 요법의 치료 반응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찾아내기 위한 전향적 임상연구 및 중개연구도 시행하는 등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ㆍ유럽 등에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 외에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대장암 예방 10대 원칙]
-총 칼로리 섭취량 중 지방 비율을 30% 이하로 줄인다.
-평소 우유, 신선한 채소, 과일 등과 함께 양질의 식이섬유를 하루 20~30g 이상 섭취한다.
-붉은색 육류나 가공육을 피하고 담백한 가금류, 생선, 두부 등을 선택한다.
-발효된 유제품(요구르트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하루 1.5L 이상 물을 충분히 마신다.
-짠 음식을 피하고 싱겁게 먹는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조미료, 훈제식품 등을 피하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한다.
-음주ㆍ흡연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50세 이후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가 있다면 진료를 받아 검사법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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