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 사태’ 해결의 열쇠는
김경두 전 부회장, 컬링 보급 공헌했지만
연맹 등 친인척ㆍ지인 15명 안팎 도 넘어
전 여자 컬링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소속 김은정ㆍ김영미ㆍ김경애ㆍ김선영ㆍ김초희(팀 킴) 등 5명이 지도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문을 낸 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에게 또 다른 ‘갑질’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12일부터 본격적으로 합동 감사에 들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김 전 부회장이 오랜 기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사태 해결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경국 의성에 있는 컬링훈련원은 국내 최초 컬링전용경기장이다.
경북도와 경북컬링협회가 10억원 이상씩 내고 의성군이 부지를 제공한 뒤 3억여 원을 보태 2006년 지어졌다. 의성군 소유지만 경북컬링협회가 위탁 운영한다. 오세정 훈련원장은 김 전 부회장의 오랜 지인으로 경북컬링협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후 진천과 강릉, 인천, 의정부 등에 컬링장이 생겼지만 시설의 노하우 등에서 의성 훈련원에 못 미친다고 한다.
컬링이라는 종목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앞을 내다보고 훈련원 건립을 주도한 김 전 부회장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1990년대부터 한국에 컬링을 보급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길을 닦은 그의 공로는 크다. 팀 킴도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김 전 부회장에게 인사를 했고 호소문에도 “김 전 부회장이 우리를 이 자리에 오르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 위상이 커질수록 그늘도 짙어졌다.
10여 년 전 한국에 단 하나뿐인 컬링장을 쥐락펴락한 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이곳에서 훈련 해야 하는 선수들은 김 전 부회장에게 꼼짝 못했다. 한 인사는 “지금도 김 전 부회장 눈 밖에 나면 훈련원 출입을 아예 못 한다. 훈련원이 김 전 부회장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경북 컬링, 나아가 한국 컬링을 위한 일과 동일시한 것도 문제다.
◇대회 출전 막자 선수들 위기감 커진 듯
김 전 부회장은 대한컬링연맹으로부터 받은 1년 6개월 자격 정지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회장 직무대행 시절 '60일 이내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징계를 받았다. 공판 때 ‘팀 킴’ 선수들을 법정에 병풍 세우려 했다가 반발을 사 무산됐다. 그는 이를 ‘사적 동원’이 아닌 ‘공적 행위’로 규정한다. 올림픽 후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단체 행사에 ‘팀 킴’이 참석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특히 올림픽 후 휴식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선수들의 각종 대회 참가를 의도적으로 막은 모습을 보인 게 팀 킴 폭로의 도화선이 됐다. 선수들은 김 전 부회장의 정치 싸움에 휘말리면 국가대표는 고사하고 선수 생활도 더 이어가기 힘들 거란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다.
◇‘가족스포츠’ 포장한 언론 책임도
‘컬링은 가족스포츠’라는 프레임도 김 전 부회장 영향력을 강화하는 도구 중 하나였다.
현재 컬링연맹, 지역 컬링협회에서 근무하는 김 전 부회장의 친인척, 지인이 15명 안팎이라고 한다. 김 전 부회장은 “아무도 컬링을 모르던 시절 가족의 희생으로 시작했고 궂은 일을 가족이 도맡은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는 인적 구성에 변화를 줬어야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경북체육회 팀에는 가족 구성원이 많다. 팀 킴 사령탑이었던 김민정 감독은 김 전 부회장의 딸, 믹스더블 장반석 감독은 사위다. 김 전 부회장 아들 김민찬은 전역 이듬 해 남자대표팀에 합류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팀 킴의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 남자컬링 이기복과 믹스더블 컬링 이기정은 쌍둥이 형제다.
외국에서도 컬링은 가족 선수가 많다. 이 때문에 김경두 전 부회장 측은 그들의 컬링 사랑이 파벌로 보이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한 컬링 관계자는 “호흡이 중요해 가족끼리 하는 게 좋다면서 이기정, 이기복 형제는 왜 찢어놓았나. 아들 자리를 비워두기 위한 거라 오해하기 딱 좋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장반석 감독이나 김민찬 실력이 대표급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이들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컬링은 가족스포츠’라고 포장한 언론 책임도 적지 않다.
‘팀 킴’은 호소문을 통해 경북체육회 지도부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다.
문체부, 체육회 합동감사에서 부적절한 횡령, 포상금 착복 등이 드러나면 김 전 부회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일괄 사퇴와 중징계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장 감독은 “회계 부정은 절대 없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경우 지도부의 강요나, 무단 훈련 불참 등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가 감사의 쟁점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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