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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스포츠 쥐락펴락 철옹성 ‘컬링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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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스포츠 쥐락펴락 철옹성 ‘컬링 대부’

입력
2018.11.13 04:40
수정
2018.11.13 11: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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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킴 사태’ 해결의 열쇠는

김경두 전 부회장, 컬링 보급 공헌했지만

연맹 등 친인척ㆍ지인 15명 안팎 도 넘어

다정했던 시절의 ‘팀 킴’. 전 여자컬링 대표팀이 평창올림픽 직후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팀 킴 선수 5명은 지난 8일 지도부에게 그 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호소문을 공개해 큰 충격을 안겼다. 연합뉴스
다정했던 시절의 ‘팀 킴’. 전 여자컬링 대표팀이 평창올림픽 직후 경북체육고등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팀 킴 선수 5명은 지난 8일 지도부에게 그 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호소문을 공개해 큰 충격을 안겼다. 연합뉴스

전 여자 컬링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소속 김은정ㆍ김영미ㆍ김경애ㆍ김선영ㆍ김초희(팀 킴) 등 5명이 지도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문을 낸 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에게 또 다른 ‘갑질’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12일부터 본격적으로 합동 감사에 들어간 가운데 전문가들은 김 전 부회장이 오랜 기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사태 해결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경국 의성에 있는 컬링훈련원은 국내 최초 컬링전용경기장이다.

경북도와 경북컬링협회가 10억원 이상씩 내고 의성군이 부지를 제공한 뒤 3억여 원을 보태 2006년 지어졌다. 의성군 소유지만 경북컬링협회가 위탁 운영한다. 오세정 훈련원장은 김 전 부회장의 오랜 지인으로 경북컬링협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후 진천과 강릉, 인천, 의정부 등에 컬링장이 생겼지만 시설의 노하우 등에서 의성 훈련원에 못 미친다고 한다.

컬링이라는 종목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앞을 내다보고 훈련원 건립을 주도한 김 전 부회장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1990년대부터 한국에 컬링을 보급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길을 닦은 그의 공로는 크다. 팀 킴도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김 전 부회장에게 인사를 했고 호소문에도 “김 전 부회장이 우리를 이 자리에 오르도록 이끌어 주셨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문체부와 체육회가 컬링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경북 의성군에 있는 컬링훈련원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뉴스1
문체부와 체육회가 컬링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경북 의성군에 있는 컬링훈련원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뉴스1
한국 컬링의 선구자지만 제자들의 폭로로 위기에 몰린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컬링의 선구자지만 제자들의 폭로로 위기에 몰린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김 전 부회장 위상이 커질수록 그늘도 짙어졌다.

10여 년 전 한국에 단 하나뿐인 컬링장을 쥐락펴락한 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이곳에서 훈련 해야 하는 선수들은 김 전 부회장에게 꼼짝 못했다. 한 인사는 “지금도 김 전 부회장 눈 밖에 나면 훈련원 출입을 아예 못 한다. 훈련원이 김 전 부회장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경북 컬링, 나아가 한국 컬링을 위한 일과 동일시한 것도 문제다.

◇대회 출전 막자 선수들 위기감 커진 듯

김 전 부회장은 대한컬링연맹으로부터 받은 1년 6개월 자격 정지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회장 직무대행 시절 '60일 이내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징계를 받았다. 공판 때 ‘팀 킴’ 선수들을 법정에 병풍 세우려 했다가 반발을 사 무산됐다. 그는 이를 ‘사적 동원’이 아닌 ‘공적 행위’로 규정한다. 올림픽 후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단체 행사에 ‘팀 킴’이 참석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특히 올림픽 후 휴식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선수들의 각종 대회 참가를 의도적으로 막은 모습을 보인 게 팀 킴 폭로의 도화선이 됐다. 선수들은 김 전 부회장의 정치 싸움에 휘말리면 국가대표는 고사하고 선수 생활도 더 이어가기 힘들 거란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다.

팀 킴의 호소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팀 킴의 호소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족스포츠’ 포장한 언론 책임도

‘컬링은 가족스포츠’라는 프레임도 김 전 부회장 영향력을 강화하는 도구 중 하나였다.

현재 컬링연맹, 지역 컬링협회에서 근무하는 김 전 부회장의 친인척, 지인이 15명 안팎이라고 한다. 김 전 부회장은 “아무도 컬링을 모르던 시절 가족의 희생으로 시작했고 궂은 일을 가족이 도맡은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는 인적 구성에 변화를 줬어야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경북체육회 팀에는 가족 구성원이 많다. 팀 킴 사령탑이었던 김민정 감독은 김 전 부회장의 딸, 믹스더블 장반석 감독은 사위다. 김 전 부회장 아들 김민찬은 전역 이듬 해 남자대표팀에 합류해 올림픽에 출전했다. 팀 킴의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 남자컬링 이기복과 믹스더블 컬링 이기정은 쌍둥이 형제다.

외국에서도 컬링은 가족 선수가 많다. 이 때문에 김경두 전 부회장 측은 그들의 컬링 사랑이 파벌로 보이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한 컬링 관계자는 “호흡이 중요해 가족끼리 하는 게 좋다면서 이기정, 이기복 형제는 왜 찢어놓았나. 아들 자리를 비워두기 위한 거라 오해하기 딱 좋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장반석 감독이나 김민찬 실력이 대표급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이들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컬링은 가족스포츠’라고 포장한 언론 책임도 적지 않다.

‘팀 킴’은 호소문을 통해 경북체육회 지도부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다.

문체부, 체육회 합동감사에서 부적절한 횡령, 포상금 착복 등이 드러나면 김 전 부회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일괄 사퇴와 중징계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장 감독은 “회계 부정은 절대 없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경우 지도부의 강요나, 무단 훈련 불참 등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가 감사의 쟁점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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