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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기지’ 문제 삼는 미국… 트럼프에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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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기지’ 문제 삼는 미국… 트럼프에도 화살

입력
2018.11.13 17:59
수정
2018.11.14 00:5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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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언론들 “비밀 기지 운용, 美 속여”… 협상 교착서 비핵화 회의론 커져 

 하원 장악 민주당 “트럼프, 김정은에 놀아나”… 2차 북미정상회담 가시밭길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급격히 흔들리는 북미대화. 한국일보 그래픽팀
급격히 흔들리는 북미대화. 한국일보 그래픽팀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취소로 연기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드리운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북한은 ‘병진 노선’ 부활까지 거론하며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불만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에선 오히려 북한의 비밀 핵 미사일 활동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대북 압박 여론이 커지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어 트럼프 정부로선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신고 등의 전향적인 조치가 없으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내놓은 북한의 비밀 탄도미사일 운용 기지에 대한 보고서가 미국 조야에 팽배한 대북 회의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CSIS 보고서는 20곳으로 추정되는 북한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면서 이중 하나인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분석하면서 현재도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N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도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싱가포르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할 의향이 없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11ㆍ6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하게 된 민주당도 즉각 포문을 열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놀아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를 되돌리는 구체적이고 가시적 행동을 취할 때까지 또 다른 정상회담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원의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북한의 핵 위협이 없어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향후 대북 정책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견제에 나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CSIS가 공개한 보고서가 상황을 실제보다 과장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정보가 공개된 시점이 공교롭다. 앞서 ‘빈손 방북’ 논란을 빚었던 지난 7월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전후로 북미간 신경전이 가열됐을 때도 정보당국 발로 북한의 비밀 핵 미사일 생산 활동이 계속 되고 있으며 북한이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북미 협상이 교착되고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는 국면에서 폭로성 보도가 나와 여론 몰이를 하는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의 위치를 확인했다며 이 중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 CSIS 보고서 캡처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의 위치를 확인했다며 이 중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 CSIS 보고서 캡처

이 같은 보도들이 불거지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북한에 대한 압박 메시지가 동시에 깔려 있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 중단을 약속한 것 외에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미국과 합의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핵 미사일 활동이 합의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NYT는 CSIS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 북한에 비판적인 전문가들도 북미간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는 점에서 ‘속임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언론이나 미국 내 전문가들이 실제로 타깃으로 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며 대북 정책 성과를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싱가포르 회담이 아무런 내용이 없고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특히 반 트럼프 성향의 언론이나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비판적인 주류 워싱턴 씽크탱크 뿐만 아니라 정부 내 인사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행정부 관리들이 미북간 합의가 마련될 때까지 정상회담이 미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에도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만류하는 참모간 구도가 지속돼 왔다.

민주당, 언론, 씽크탱크 등의 연합 공세에 트럼프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은폐된 핵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위협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북한에 핵 프로그램 신고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한은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고서 제출은 타격 리스트를 알려주는 것에 다름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의 접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WP는 “이번 폭로로 북미간 핵 협상 교착 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위기감 조성이 북미 협상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년 가까이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이 중단되면서 북핵 위협이 미국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고 트럼프 정부의 우선 순위에서도 밀려나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북핵 협상에 “서두르지 않는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여왔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이런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뒤인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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