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파인더 / 논란 부른 美 싱크탱크 보고서]
CSIS 보고서 8개월 전 사진에 근거 제시 못해
한미 정보당국, 군사 위성 이용 이미 감시ㆍ추적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금껏 신고되지 않은 미사일 운용 기지라며 공개한 황해북도 소재 ‘삭간몰 기지’는 이미 한미 정보 당국이 오래 전 파악해 감시 중인 시설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존재 사실이 새롭지는 않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 기지가 현재 가동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북한의 대미 합의 위반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CSIS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인데 한미 정보 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도 “북한의 주요 미사일 운영 관련 지역은 한미 정보 당국이 면밀히 감시ㆍ추적 중”이라며 “삭간몰 역시 한미가 공조 하에 감시하고 있는 지역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사용한 ‘미신고’(undeclared) 시설이라는 표현도 오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신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오인케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했다. 감춰뒀던 비밀 시설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중인 현 시점에 새로 드러난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다. “북측 신고를 의무화한 협약은 없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기도 하다.
근거 역시 최신 자료가 아니다. 삭간몰 기지 분석이 의존하고 있는 근거는 미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근 8개월 전인 3월 29일 찍은 위성 사진이다. 핵심 내용이라고 할 만한 “2018년 11월 현재 이 기지가 계속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active)”라는 주장에는 아예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더불어, 확인됐다고 발표한 미신고 기지 13곳 중 삭간몰 기지를 뺀 12곳이 어디인지도 보고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보고서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북한이 스스로 폐기 대상으로 정한 평안북도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을 폐쇄하더라도 북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인 듯하다. 여전히 가동 중인 미사일 기지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발사장(동창리 발사장) 해체를 제안해 놓고 다른 기지 10여곳의 개선 작업을 지속하는 건 엄청난 기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기지인 삭간몰 기지는 북미 협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아울러 북한이 미사일 기지들의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북미 간 합의 위반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6ㆍ12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북미가 합의한 게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이지, 구체적인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교환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뢰 구축을 위해 대가 없이 제공하는 건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미래 핵 위협’의 포기까지일 뿐 핵ㆍ미사일 생산 시설 동결이나 핵무기 폐기 같은 ‘현재 핵’의 포기부터는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없이 해줄 수 없다는 게 일관된 북한 입장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가 CSIS 보고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 등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한다면 북한과 그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가 놓여있다고 해왔다”는 원론적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