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토론회를 열고 이들을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등 사립유치원 편들기에 나섰다. 지난달 국정감사 당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돼 국민의 공분을 살 때만 해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나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ㆍ사립학교법ㆍ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사립유치원 측을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국당 로비’ 발언에 한국당이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이 여야 정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유총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의 유치원 관계자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당 소속인 김순례, 정양석, 최교일 의원 등은 토론회에 참석해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을 “덕을 많이 쌓으신 분”이라 칭찬하는 등 한유총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순례 의원은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의도가 있다”면서 “한유총의 목소리를 당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해 토론회에 참석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한유총의 편을 드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지만, 지난 12일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들은 박용진 3법을 12월에 한국당이 내놓을 관련 법안과 함께 심사하자고 주장하면서 “저쪽(한유총)에서는 내 재산을 교육부가 감독한다고 생각한다”는 등 한유총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에 동의하는 것처럼 밖으로는 말하면서 뒤에서 특정 집단 편을 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당에서 커지면서 여야 갈등은 심화되는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박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던진 “한국당이 로비를 받고 유치원 3법 처리에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한 발언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됐다. 이날 교육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다시 박 의원이 입장문을 내면서 말다툼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입장문에서 “지금은 정쟁할 때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협력할 때”라며 3법 통과 협조를 재차 당부했다.
조승래 교육위원장은 빠르면 다음주 법안소위를 다시 열겠다는 방침이지만 무산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교육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 측은 “민주당에서 법안심사소위를 열자고 우리에게 제안한 것도 없고, 우리는 12월 초까지 관련 법안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