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속칭 ‘명동 사채왕’의 조작으로 마약 범죄자로 몰려 옥살이한 사업가가 재심을 받게 됐다. ‘사채왕’ 최진호씨에게 뇌물을 받고 사건 정보를 건넨 최민호 전 판사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6일 마약소지죄(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신모(59)씨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이 “관련자들 진술이 판결 당시 증거와 모순된다” “판결을 그대로 둘 수 없을 정도로 증거가 명백하다”며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지 22개월 만이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 오류가 있을 경우 당사자 청구로 판결의 옳고 그름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다.
앞서 수 차례 탄원서를 제출하며 조속한 재심을 촉구했던 신씨(본보 9월 28일자 12면)는 재심에서 최 전 판사의 재판 개입 정황, 경찰의 사건 조작 의혹을 적극 다툴 계획이다. 신씨는 “최 전 판사 재판에서 저와 관련된 혐의가 쏙 빠지고, 지문 감식 요청을 거절했던 담당 형사는 기소되지도 않았다”면서 “‘사채왕’ 최씨와 죄를 뒤집어 씌운 경찰,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한 판사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2001년 12월 신씨는 사기도박에 속아 날린 돈 7억여원을 받기 위해 서울 방배동 한 다방을 찾았다가 최씨 일당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 틈에 일당 중 한 명인 정모(68)씨가 마약 봉지를 몰래 신씨 호주머니에 넣었고 때마침 경찰이 들이닥쳐 신씨는 긴급체포된 뒤 마약 소지 혐의로 구속됐다. 3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된 신씨는 2002년 6월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포기했었다. 7년 뒤 정씨가 검찰에서 도박단이 최씨 일당에게 의뢰한 마약 조작극이라고 털어놓았지만, 정작 최씨는 2010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최씨는 본보 보도(2014년 4월 8일자 1면)로 재판과정에서 최 전 판사에게 2억6,864만원을 주며 수사 진행상황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 전 판사는 2015년 1월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됐고, 다음해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본안 심리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던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이 진행하게 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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