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수능을 잘 못 봤다고 며칠째 잠을 푹 못 자고 있어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뒤 첫 주말인 18일 오후. 입시업체 유웨이중앙교육의 ‘정시 가채점 설명회’가 열린 서울 한국외대 오바마홀에서 만난 학부모 백성윤(53)씨는 정시모집 배치표와 논술학원 수업시간표를 나란히 들고 특강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백씨는 “딸이 재수를 해서 정시에 집중했는데 이번에 점수가 너무 많이 떨어졌길래 급하게 논술학원도 등록했다”며 “원하는 대학에 가려고 한해 더 투자한 건데 지난해보다 오히려 나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백씨와 같은 고민을 가진 수험생ㆍ학부모 2,0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없이 강당을 메웠다. 주최측은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인파가 몰리자 급히 의자를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이인자 유웨이중앙교육 홍보팀장은 “정시 설명회에는 예년의 경우 1,500명 가량 모였는데 수능이 어려웠기 때문인지 더 많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학부모들의 표정이 어두운 것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다른 입시업체들의 설명회 역시 ‘불수능’ 덕에 흥행 중이다. 수능 다음날인 16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설명회에서는 3,000석 규모의 객석이 꽉 찼다. 메가스터디학원이 수능 다음날인 16일에 개최한 설명회를 비롯 21일까지 예정된 5차례 설명회는 모두 사전 예약이 마감됐다.
백승한 유웨이평가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2019 수능 가채점 분석 및 점수대별 지원전략’을 설명하며 “이번 수능에서 국어의 경우 원점수 평균이 지난해보다 11~12점 이상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백 부소장은 “모두에게 어려운 시험이었기 때문에 가채점 결과만 보고 당장 실망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지원가능대학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계열 수험생 한모(18)양은 “국어 한 과목만 어려웠던 게 아니라 수학도 영어도 어려워서 모두 등급컷에 간당간당하다”며 “시험을 보고서도 후련한 느낌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험생들은 역대급 난도로 인해 정시모집이 예측불허가 되면서 수시모집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17일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이어진 주요 대학의 논술시험에는 ‘역전’을 노리는 수험생들이 대거 몰렸다. 18일 성균관대의 수시모집 논술전형 시험을 치른 자연계열 수험생 박모(18)군은 “수능점수가 낮게 나와 깜짝 놀라서 수시논술에 더 공을 들인 것 같다”며 “수시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정시로는 경쟁력이 없어서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지원을 하는 방법까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시모집 역시 ‘불수능’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게 수험생들의 고민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모집 인원은 약 35만명으로, 이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수시 모집 인원은 약 7만6,000명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수시 응시생들은 수능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던 만큼 ‘불수능’ 영향으로 최저학력기준에 못 미친 학생들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성균관대 입학처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성균관대는 논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달로 떨어지는 학생이 약 20%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가채점 결과 자신의 성적이 예상 등급컷에서 1~4점 정도 부족하더라도 실제와는 차이가 날 수 있기에 논술고사에 적극적으로 응시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오후 6시 기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접수된 신청은 총 663건. 이의신청 마감(19일)까지 하루가 더 남았지만 이미 2017학년도 수능 당시 총 신청건수(661건)보다 많다. 이의신청이 가장 많은 과목은 생활과 윤리(300건)로, 미국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 및 철학자 존 롤스의 사상에 관한 지문이 나온 3번과 18번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난도가 높았던 국어 영역에 대해서는 94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주로 고난이도 문항으로 꼽힌 31번과 42번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으며, 오탈자로 논란이 된 문항(35번)에 대한 이의제기는 없는 상태다. ‘불국어’ 난도 자체를 비판하는 글도 눈에 띈다. 평가원은 19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이의신청을 20일부터 일주일간 심사한 뒤 26일 오후 5시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1994년 수능실시 이후 지금까지 출제오류가 인정된 건 총 6차례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