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 다룬 다큐 등 개봉 예정
록의 전설이 된 퀸과 K팝의 전설이 될 방탄소년단이 극장가를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음악을 눈으로 듣고 즐기려는 관객들로 비수기 극장가가 북적거린다. 퀸의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18일 300만(영화진흥위원회) 관객을 돌파하며 지칠 줄 모르는 흥행 열기를 과시했고,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도 개봉 나흘 만에 20만 관객을 가볍게 넘겼다.
관객수보다 더 고무적인 건 높은 좌석판매율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17일 기준 57.3%,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는 63.5%에 달했다. 이른 아침이나 심야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영관에 관객이 가득 들어찼다는 의미다. 이날 박스오피스 1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좌석판매율(32.7%)을 두 배가량 웃돈다. 극장들은 두 음악 영화가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어서 당분간 쌍끌이 흥행이 이어질 거라 내다보고 있다.
퀸이 활활 키운 불길에 방탄소년단이 기름을 부어 화력을 높인 ‘음악 영화 열풍’은 이제 다른 음악 영화로도 번져 나가고 있다. 제2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노리는 음악 영화들이 개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007년 11월 말 국내 개봉해 221만 관객을 동원한 ‘어거스트 러쉬’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다음달 6일 재개봉하고, 그에 앞서 국내 대표 힙합 뮤지션 12인의 이야기를 담은 ‘리스펙트’가 이달 28일 관객을 만난다.
‘리스펙트’에선 더 콰이엇과 도끼, 딥플로우, MC메타, 빈지노, 타이거JK 등 뮤지션 12인이 인터뷰 형식을 빌려 자신의 음악 인생을 들려준다. 힙합에 대한 철학과 열정을 자작 랩에 담아 무반주 공연을 하는 장면도 담긴다. 스윙스, 딥플로우, 팔로알토, 더 콰이엇은 개봉 이후 관객과의 대화(GV)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어거스트 러쉬’는 뉴욕 뒷골목에서 자란 음악 천재 소년이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유명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와 ‘타잔’으로 그래미어워즈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마크 맨시나 등이 배경음악에 참여했다. OST 40여곡 중 팝스타 존 레전드가 부른 엔딩곡 ‘섬데이’가 특히 유명하다. 이 영화를 단독 개봉하는 롯데시네마의 강동영 홍보팀장은 “음악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라 재개봉 소식을 알렸을 때 예비 관객의 호응이 좋았다”며 “최근 음악 영화가 사랑받고 있어서 이 영화에 대한 주목도도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귀에 친숙한 OST로 무장한 디즈니 실사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도 빠질 수 없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이 OST에 참여해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엔딩에는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아들 마테오 보첼리의 듀엣곡도 실렸다. ‘어거스트 러쉬’와 같이 다음달 6일 개봉한다.
점점 거세지는 음악 영화 열풍의 배경엔 탄탄한 극장 인프라가 있다. 스크린과 양쪽 벽까지 3면을 영상으로 둘러싸 공연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체험을 안기는 스크린X(CGV) 상영관과 음향에 특화된 돌비애트모스관(롯데시네마) 등 음악 영화에 최적화된 상영 환경이 관객 만족도를 높였다. ‘음악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흥행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출연한 영화 ‘스타 이즈 본’의 경우 개봉(10월 9일)한 지 2개월이 다 됐고 IPTV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지만 여전히 극장에 걸려 있다. 일일 관객수는 2,000명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주말마다 좌석판매율이 30%를 훌쩍 넘긴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관람평이 꾸준하게 입소문이 나면서 극장에서 풍성한 사운드를 즐기려는 관객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 영화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개봉 시기를 놓치는 작품도 생겨나고 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전기 영화 ‘뮤직 오브 사일런스’는 연말 개봉을 준비하다가 내년으로 미뤘다. 배급사 커넥트픽쳐스 남기웅 대표는 “연말 공연 대체재로 음악 영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개봉 편수가 많다”며 “과열 경쟁을 피해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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