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265만명 중 1141만명만 검진… 대상자 10%는 추가비 내고 받아
강원 지역에 사는 박모(55)씨는 지난해 12월 국가암검진을 통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설사가 잦았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 방문을 미루다가, 50세가 넘으면 대장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연말이 돼서야 읍내의 병원을 찾은 터였다. 박씨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검진을 받으라는 통지서를 받아도 무심코 넘겨 병을 키웠다”며 “무료로 해주는 검진도 제대로 받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사업’을 시행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 절반은 제때 암 검진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적ㆍ경제적 여유가 없다”며 검진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암검진 대상자 2,265만여명 중 실제 검진을 받은 사람은 1,141만여명으로 50.4%에 그쳤다. 이는 2013년 수검률 43.5%보다 불과 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현재 대장암(50세 이상 남녀)은 1년, 간암(40세 이상 고위험군 남녀)은 6개월, 위암ㆍ유방암(40세 이상 남녀)은 2년, 그리고 자궁경부암(20세 이상 여성)도 2년마다 국가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 중 소득 상위 50%는 검진 비용의 10%만 내고, 소득하위 50%는 무료다. 대장암과 자궁경부암은 소득에 관계 없이 무료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2명 중 1명은 검진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검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상자들이 박씨처럼 검진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는 지난해 국가암검진 비율이 45.2%로 직장가입자(54.5%)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이를 보여준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에서 받는 일반 건강검진에 국가암검진이 포함되는 경우가 꽤 있어 의무적으로 받는 이들이 적지 않은 반면, 지역가입자는 자발적으로 국가암검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암 검진 대상 통보는 연초부터 수시로 하지만 검진의 40%는 10~12월에 몰린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성인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암검진을 받지 않은 이유는 ‘건강하기 때문에’(6.0점ㆍ10점 만점 기준), ‘시간이 없어서’(5.8점),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1점) 순이었다.
국가암검진의 검진방법에 대한 불만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낮은 수검률에 영향을 미친다. 대장암은 분변잠혈검사를 우선 실시한 후 대변에 잠혈 반응이 있는 경우만 대장조영술 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지원한다. 대장내시경 검사가 일반화됐는데도 분변잠혈검사를 하다 보니 수검률은 36.7%(2017년)에 그친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암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도 정확도가 높은 검사를 받고 싶으면 추가비용을 내고 개인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정부가 생색만 낼 게 아니라 검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진방법의 신뢰가 낮다 보니 국가암검진 대상의 10% 가량은 직장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추가 비용을 내고 개인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개인검진을 받으면 암 발견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국가 지원금은 받지 못한다. 국가암검진으로 암 진단을 받은 경우에만 국가에서 본인부담금을 연간 최대 200만원 지원해준다.
국민 편익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정부도 제도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내년부터 대장암검진은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을 하고 하반기엔 폐암도 국가암검진 대상에 포함하는 등 불편사항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대상 국민들도 잊지 말고 연내에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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