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의 투자의 기초] <20>미국 자산 투자 전망은
몇 년 전 달러 자산 투자가 크게 주목 받았다. 투자의 초점은 달러 가치 상승 가능성이었다. 그런데 이후 달러 가치 상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달러 자산 투자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 주가는 다른 지역보다 많이 상승했고, 상업용 부동산도 제법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달러 가치 상승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해 수익을 얻었지만 그 사례는 투자가들에게 미국 투자와 관련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미국 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 자산 투자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듯하다. 달러 가치, 미국 기업 이익, 경기 추이 등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달러 가치는 올해 상승했지만 향후 달러 가치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은 적다. 향후 미국 성장률이 둔화되고, 미국의 대외 적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간 달러의 강약세는 전적으로 미국 사정에 의해 형성됐다. 대체로 달러 강세 시기는 미국 성장률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으면서 동시에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적을 때인데, 통상 달러 강세는 2% 전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시점에서 시작했다. 또 달러의 추세적 강세는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3%가 될 때까지 이어졌다. 반면 달러의 추세적 약세는 미국 성장률이 주요 여타 선진국보다 낮거나 비슷하면서 동시에 경상수지 적자가 클 때였다. 또 성장률과 경상수지 적자 두 부문 중 한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달러 가치는 대체로 정체했다.
그런데 미국 성장률은 올해 하반기 이후 둔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성장률을 올해 2.9%에서 내년 2.5%, 그리고 2020년에는 1.8%로 급격하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성장률 둔화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디스 등 모든 주요 단체들의 견해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동일하다.
물론 미국 경기가 둔화돼도 미국 성장률은 여타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듯하다. 독일, 일본의 3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각각 -0.2%, -0.3%로 악화된 점에서 보면 주요 국가의 경기 둔화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미국과 여타 국가 간 성장률 격차는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또 IMF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올해 5,157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미국 GDP의 3%를 넘어서는 6,521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긴 어렵다.
다만 순간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상승이 달러 가치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높은 달러 가치를 유지시킬 순 없다. 다른 국가 금리도 미국 금리와 연동되어 등락하기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 상승이 구조적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순 없다. 특히 내년부터는 세계 경기가 여의치 않을 듯해 미국 기준금리가 상승해도 유통금리가 크게 오르긴 어렵다.
때문에 미국 쪽 투자와 관련해서는 달러 가치 상승이 아닌 다른 요인을 찾아야 되는데, 이 부문이 마땅하지 않다. 우선 미국 주식 투자가 주저된다. 향후 미국 기업 이익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험적으로 미국 성장률 둔화 시기에 미국의 기업 이익은 감소ㆍ정체했다.
특히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 이익의 40%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의 달러 강세는 점차 미국 기업 이익에 부담을 줄 것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올해 기업 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법인세 인하 혜택의 기저효과도 사라진다. 미국 기업 이익이 감소ㆍ정체할 때 주가는 하락ㆍ정체했다. 일부 주가가 상승한 경우도 있지만 그 수준은 미미했다.
실로 현재의 미국 주가를 행태 측면에서만 보면 2000년의 막바지 상승 국면과 유사하다. 즉 투기가 주가를 더 상승시킬 수 있겠지만 부담스런 점이 적잖다. 그렇다고 미국 부동산펀드 투자도 마땅치 않다. 실제로 이미 여러 미국 부동산펀드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장기 측면에서는 미국 자산 투자도 유의해야 한다.
신성호 중앙대 객원교수ㆍ전 IBK투자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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